마른 일본 하늘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쿄의 한 공연장에 모인 5천500여명의 일본 관객은 세차게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었다. '아시아의 스타' 비(23)가 30일 오후 7시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첫번째 단독 콘서트 '레이니 데이-재팬(Rainy Day-Japan)'의 테이프를 끊었다. 30ㆍ31일에는 도쿄에서, 다음달 3ㆍ4일에는 오사카 후생연금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30초 만에 표가 매진되는 등 일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비의 남성적인 매력을 보여주듯 공연장에 모인 5천500여명 관객 대부분은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비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거나 부채를 든 이들은 콘서트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긴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렸다. 한복까지 차려입은 국내 팬들도 200여 명 참석했다. 콘서트는 천둥 번개의 효과음으로 시작했다. 빗소리가 잦아들자 까만 가죽 옷을 입고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한 비가 무대에 나타났고 관객은 '피(비의 일본어 발음)상'를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첫번째 곡 '나'를 격렬한 춤과 함께 소화한 비는 이어 데뷔곡 '나쁜 남자'를 열창했다. 수갑을 이용한 독특한 안무를 보여주고 옷을 차례대로 벗자 관객은 비의 멋진 몸매에 다시 한번 환호했다. 비는 콘서트 중간 중간 일본어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며 윙크와 미소를 던졌고 관객석에서는 '가와이(귀엽다)'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퀴즈(Quiz)'라는 곡을 부르는 순서에서는 일본인 관객 한 명을 무대로 초대해 한 쌍의 연인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본어로 부른 '아이 두(I do)'와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등 자신의 히트곡을 선보인 비는 차분한 분위기로 '익숙지 않아서'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대 뒤쪽 전광판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비의 마음을 담은 자막이 흘렀고 이에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도 있었다. 콘서트 후반에 접어들어 '잇츠 레이닝(It's Raining)'이 흘러나오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붉은색 상의를 입고 무대 천장 쪽에서 줄을 잡고 내려온 비는 최고의 춤과 노래를 보여줬다. 관객은 이에 열광적인 환호로 답했다. '안녕이란 말대신'으로 분위기를 이어간 비는 마지막 곡 '투 유(To You)'에서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한 장면처럼 스케치북에 써놓은 글을 넘겨가며 관객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비는 2시간 동안 진행된 콘서트를 춤과 노래 실력을 모두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갔다. 일본에서의 첫번째 공연으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콘서트였지만 진행에 있어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비가 '알면서'를 부르던 도중 헤드셋 마이크가 갑자기 '먹통'이 됐다. 빠르게 일반 마이크로 교체했지만 비는 곡이 끝난 뒤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관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공연은 몇 분간 중단됐다. 마이크는 이어 '난'을 부를 때 다시 한번 말썽을 일으켰다. 흰색 셔츠 앞섶을 풀어헤치고 무대에 앉아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노래를 하던 비는 헤드셋 마이크가 다시 나오지 않자 또 한번 당황했고 분위기는 잠시 주춤했다. 비록 일본어 곡 레퍼토리 부족과 진행상의 허점 등의 부족한 점도 눈에 띄었지만 아직 정식 일본어 앨범을 내지도 않은 비가 일본 팬들의 눈과 귀,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비는 9월2-3일 도쿄 부도칸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 뒤 올해 안에 일본에서 싱글앨범을 내고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만 명의 일본 팬이 비의 공연장을 가득 메울 날도 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