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원가보다 높은 요금을 부과해 많은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계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계속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요금인하 요구에 대해 외국에 비해 '요금이 너무 낮다'는 논리로 맞선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준다. ◇최근 3년간 이동3사 원가보상률 = 그동안 이동통신사업자와 정보통신부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정통부는 그동안 96년 이후 이동전화 요금이 인하돼 국민부담 경감에 기여해 왔다는 점과 유효경쟁이라는 통신산업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소극적인 요금인하 정책을 펴왔다. 이동통신 사업자 역시 요금인하 요구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통신요금 인하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최근 한나라당 진영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원가보상률 자료를 보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가보상률이란 요금과 원가를 비교한 수치로 요금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원가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들인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투자보수)까지 포함돼 있다. 즉, 100% 이상이면 요금이 적정이익을 포함한 원가보다 높고 100% 이하이면 그 보다 낮은 것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이 정통부에 제출한 영업보고서 기준 원가보상률은 지난 2002년 119.18%, 2003년 123.1%, 2004년 116.57%로 나타났다. KTF는 2002년 106.16%, 2003년 104.25%, 2004년 102.85%였으며 LG텔레콤은 2002년 100.96%, 2003년 99.59%, 2004년 99.06%에 각각 달했다. 따라서 3년 연속 원가보상률이 100%가 넘었던 SKT와 KTF는 요금을 적정원가보다 높게 받고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 요금인하 여력 크다 = 올 1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 회계분리 기준'에 따라 이통사들이 제출한 작년 영업보고서는 현재 통신위원회의 검증을 거치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 회계분리 기준에는 이통사들의 원가를 높게 쳐주는 요소가 많은 상황이다. 먼저 가입자 모집ㆍ관리ㆍ유지 등에 사용되는 마케팅 수수료 조차 판매촉진비로 분류, 전액 원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통신 사업자들이 가입자 유치 및 유지, 관리 등의 명목으로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제공하는 마케팅 수수료 중 일부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간접적인 단말기 보조금 지급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들인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인 투자보수 산정시 적용되는 투자보수율이 높다는 지적이다. 투자보수는 요금기저에 이자수익률을 의미하는 투자보수율을 곱해 산정한다. 요금기저는 연평균 유형자산(임차보증금 포함)장부가액과 연평균 재고자산, 그리고 적정운전자본을 모두 합한 것이다. 정통부 장관이 정하는 투자보수율은 지난해의 경우 10.37%였다. 그러나 이는 22일 현재 이자수익률 기준지표 중 하나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연이자율 4.11%의 두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요금인하로 통화량만 늘었다? = 정통부는 국내 이동전화 요금에 대해 96년 이후 기본료는 38.09%, 통화료는 28.5% 인하돼 국민부담 경감에 기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6년 이후 단행된 지속적인 요금인하로 통화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통화요금 인하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99년 12월 기준으로 119.33분이던 이통3사 월평균 통화량(MOU)이 매년 꾸준히 늘어나면서 작년 12월에 181.67분으로 증가한 반면 기본료 및 통화료를 기준으로 한 이통사의 분당수익(RPM)은 지난 99년 226.19원에서 지난해 137.42원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통사들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SKT가 지난 2002년에 낸 순이익은 1조5천111억원이며 2003년에는 1조9천427억원, 2004년에는 1조4천49억원에 이른다. 지난 84년 사업을 시작한 SKT의 누적이익은 투자비 회수를 하고도 8조원에 달한다. KTF도 지난 2002년 5천322억원, 2003년 4천74억원, 2004년 2천83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8조원에 달하는 투자비 중 3조6천억원 가량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통화량이 늘고 분당 수익이 감소하면서도 이통사들이 매년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여전히 요금이 원가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정통부가 통신의 산업적 측면만 강조한 나머지 국민들의 통신요금 경감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