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천 관가에서는 두 가지 '수목드라마'가 화제다. 하나는 21일 종영된 MBC의 국민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두 번째는 과천 정부청사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통하는 '부동산 드라마'.매주 수요일마다 부동산대책 관련 당정협의가 열리고 그 내용이 다음날 재정경제부 정례브리핑에서 다시 언급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삼순이가 던진 대사 하나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삼순이 어록'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백수라고? 그게 내 잘못이야? 경제 죽인 놈들 다 나오라고 해" 등의 대사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고 일부 신문에서는 사설의 재료로도 활용됐다. 당정 고위 관계자들의 부동산 관련 발언 역시 언론이라는 창구를 통해 꼬박꼬박 되새김질됐다. 극적 전개가 아슬아슬하다는 것도 닮은 꼴이다. 물론 다른 점도 많다. 우선 장르가 다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사랑과 웃음이 잘 버무려진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된다. 반면 '부동산 드라마'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한 마디 터질 때마다 담겨진 의미를 캐내느라 국민들이 손에 땀을 쥔다는 점에서 '미스터리'이고,반(反)시장적인 대책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보는 이의 가슴이 서늘해진다는 점에서 '스릴러'로 불린다. 극적 반전장치가 풍부하다는 것도 부동산 드라마만의 특징이다. 이 드라마의 명장면 하나. 지난 6일 제1회 부동산 고위 당정협의 직후 열린우리당 채수찬 정책위 부의장은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도 대안의 하나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어제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를 어떻게 한다는 것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런 반전은 부동산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여러가지 이슈에서 반복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두 드라마를 보고 난 뒤의 느낌.'내 이름은 김삼순'은 "벌써 끝났나" 하는 아쉬움이 남고 '부동산 드라마'는 "빨리 끝나야 할텐데…"라는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 드라마는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되는 8월 말까지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