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정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할지, 한다면 언제할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자신은 "적절히 판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총리 '취임 공약'인 점을 들어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를 강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렇다면 참배 타이밍은 언제일까. 일본 정치권에서는 8월, 10월, 12월 참배설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관심은 고이즈미 총리가 '종전 기념일'(패전일)인 8월15일 참배할지 여부다. 고이즈미 정권의 명운이 걸린 '우정민영화 법안'이 참의원 통과에 실패할 경우 고이즈미 총리는 공언대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15일 참배를 강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반면 우정민영화법안을 정기국회 회기인 8월13일까지 통과시키고 15일 참배에 나선다는 '야스쿠니 화도(花道)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8월15일 참배는 한국과 중국 등 전쟁 피해국의 엄청난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해 고이즈미 총리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다. 따라서 국회 회기말인 8월13일 이전에는 참배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민영화 법안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모험'할 가능성은 적지만 8월 중하순 참배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9월에는 유엔총회 특별 정상회담이 있다. 이 때 일본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여부가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는 점을 감안하며 유엔총회 특별 정상회담 직전 참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가 열리는 10월 참배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걸림돌은 10월에 열릴 가능성이 있는 한.일 정상회담. 고이즈미 총리관저에서는 정상회담을 다소 늦추는 방안을 외무성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10월을 보내면 참배 타이밍을 잡기가 더욱 어렵다고 내다봤다. 11, 12월에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아시아 정상들이 모이는 외교일정 등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외교일정을 끝내고 올해 마지막날인 12월31일 참배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도 이를 "하나의 방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스쿠니신사에서 일본인 전몰자 외에도 외국인 전몰자의 영령을 제사지내는 '진령사'(鎭靈社)때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