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대기업이 자신들이 만든 기저귀에서 벌레 유충이 나왔는데도 자신들과는 무관한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해 너무 속상합니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께 부산 사상구 학장동 홍모(35.회사원)씨 부부는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아기의 기저귀를 갈다 모 회사제품 기저귀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하고는 매우 놀랐다.


홍씨는 "딸의 기저귀를 갈려고 비닐 포장을 뜯어 보니 안에서 1cm 가량의 벌레 유충이 꿈틀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곧장 기저귀를 들고 할인점을 찾아가 제조업체 판매 담당자에게 철저한 검사를 요구하며 건넸다.


이틀 뒤 기저귀 제조사 부산지사 관계자가 홍씨의 집을 찾아와 "벌레 유충이 나온 기저귀를 연구소에 보내 확인하고 있는 중이니 결과를 기다려달라"며 홍씨 부부의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지난 4일 다시 찾아와 `제조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검사결과를 던져 놓고는 가버렸다고.


검사결과서 요지는 `기저귀에서 나온 것은 화랑곡나방이라는 쌀 등의 저장된 곡식에서 발생하는 유충으로 인체에 무해하며 벌레의 성장기간과 습성 등을 감안할 때 제조 공정 상에서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이었다.


성의없는 해명도 문제지만 회사측은 `기저귀에서 나온 유충이 어디에선가 없어져 돌려줄 수 없게 됐다'며 문제의 기저귀를 홍씨에게 돌려주지 않아 또 한차례 홍씨 부부의 원성을 샀다.


홍씨는 "회사측이 보내온 결과에 대해서 전혀 납득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기저귀를 잊어 버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며"기저귀를 회사 관계자에게 건넬 때 `우리도 자체적으로 검사를 의뢰할 생각이니 반드시 돌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어디서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회사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홍씨는 "이 업체가 보내 온 결과 어디에서도 실험을 어떤 기관에서 했는지 쓰여져 있지 않고, 회사측에 아무리 물어봐도 어떤 연구소에서 실험을 맡겼다고 말해주지 않는다"며 조사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대기업의 책임회피로 힘없는 소비자는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다"며 "대기업 제품이라 비싸도 믿고 구입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약 그 사람들도 자신의 아기 기저귀에서 벌레가 나오면 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보호원은 "홍씨와 같은 경우는 `위생용품 등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는 경우는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라는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이 적용된다"며 "제품교환이나 구입가 환급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