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농업은 언제나 유망하죠. 다만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전남 함평군 신광면에서 농업벤처 ㈜감나루를 운영하고 있는 백성준 사장(47). 백 사장은 "시장 개방으로 우리 농업은 미래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남들이 외면하니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인 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천연 홍시(감)를 얼려 만든 '아이스 홍시' 개발로 일약 농업벤처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백 사장은 자신이 '농업 엔지니어'로 불려지기를 원한다.


이공계 출신인 그는 IMF 직후 월급쟁이들이 추풍낙엽처럼 일자리에서 퇴출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당시 연봉 6500만원의 남들이 부러워하는 영광원전 설계부장직을 자진 사퇴하고 변신을 시도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인연이 전혀 없던 감농사를,그것도 타향인 함평에서 짓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한마디로 "미쳤구나"였다.


"농업에 공학을 접목시키면 '제3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공학도의 오기 하나로 뛰어들었습니다."


사표가 수리된 그날부터 과수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감농사를 배우는 한편 감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에 몰두,감 생산을 배증시키는 육묘와 하루 만에 감의 떫은 맛을 제거하는 '탈삽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탈삽기술은 지난 99년 설을 앞두고 '감의 떫은 맛을 없애면 모두 사주겠다'는 위판장 중개인의 얘기에 자극받아 개발하게 됐다. 중개인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그는 출하 대기 중이던 감 500상자를 모두 실험용으로 써버리는 각고 끝에 신기술을 일궈냈다.


이 기술 덕분에 단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이렇게 생산한 '단단한 홍시'를 얼려 천연 홍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냈다.


천연 홍시 아이스크림은 전국의 백화점과 할인점뿐만 아니라 서울 대전 등에서 학교 급식용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백 사장이 지난 98년 창업한 ㈜감나루는 '아이스 홍시 대박' 덕분에 99년 1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작년엔 2억6000만원,올해는 순이익 규모가 5억원을 넘어설 예상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백 사장은 지난 3월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이런 그를 농림부는 '기술농업인의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국 베이징시 1만여평의 부지에 연간 1000t의 아이스 홍시를 생산하는 공장을 중국 정부의 돈으로 건립키로 하는 투자계약을 맺음으로써 국제적으로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 칭다오 등지에도 아이스 홍시 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현재 중국측과 협의 중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식 아이스크림 과일'로 지정받아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찬 목표다.


백 사장은 탈삽기술 외에도 10여건의 특허를 따낼 정도로 연구개발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다. 이런 기술은 홍시음료 홍시통조림 홍시식초 홍시술 홍시말랭이 홍시환 등 감을 이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아이스 홍시 사업에서 대성공을 거둔 지금도 시간을 쪼개 연구개발에 직접 매달리고 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하루 3~4시간씩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아이스 홍시의 원료인 질 좋은 감 생산자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백 사장은 "우리 농업은 전문 프로들이 많이 참여하면 시장 개방 속에서도 얼마든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락처 (061)323-5026 www.gamnaru.com


함평=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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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희망자들에게 ]


농업은 대개 일년 주기로 이뤄지는 만큼 우선 조급한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적어도 10년에서 15년을 내다보고 귀농 플랜을 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다.


귀농학교 등을 통해 사전에 농촌을 체험하고 어떤 작목에 손을 댈 것인가를 미리 정해 선수 학습을 해두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농사를 지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우리 농업이 아직 체계적이지 못해 창업자가 농사를 지으면서 기술개발과 판로 확보까지 1인 4~5역을 병행해야 하므로 시간을 금쪽같이 쓰는 습관을 빨리 익히지 못하면 실패한다.


농업벤처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미흡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지방자치단체와 농림부 산림청 등 정부의 각종 지원 방침을 꼼꼼히 살펴 지원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얻어냄으로써 초기 투자 부담을 덜 수 있어야 한다./ 백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