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내 입법활동에 대한 지원을 대가로 야당의원을 매수했다는 의혹에 시달려온 브라질 집권 노동자당(PT)의 조제 제노이노 총재가 9일 마침내 사퇴를 결정해 정치권의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제노이노 총재는 전국 집행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둔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하면서 "PT 지도부의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가 원활하고 공평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재직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노이노 총재는 이어 "PT는 브라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양심과 열의를 가지고 행동했을 뿐 결코 야당의원들을 매수한 사실이 없다"면서 "PT가 명예를 되찾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30개월간 집권당을 이끌어온 제노이노 총재의 사퇴로 PT는 지도부가 모두 교체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야당의원 매수 의혹에 대한 의회 및 경찰의 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노이노 총재의 후임에는 마르코 아우렐리오 가르시아 대통령 국제문제 담당 보좌관과 리카르도 베르조니 전 노동부 장관, 루이스 둘시 대통령 비서실장, 타르소 젠로 교육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PT는 이날 예정대로 상파울루에서 전국 집행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제노이노 총재 사퇴 이후 지도부 구성 및 정치권 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PT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브라질민주사회당(PSDB)이 룰라 대통령의 재선 포기를 조건으로 현재의 정치권 위기를 조기에 봉합하자는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정치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PT 소속 크리스토방 부아르케 상원의원은 전날 "정치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룰라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문제를 PSDB 지도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과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던 조제 세하 상파울루 시장은 "이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며 내년 대선과 관련해 집권당과 어떤 합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