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한은행에 계시는 분을 비롯한 각계 종사자 여러 분들과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기업의 사람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그 자리의 화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조업체로 꼽히는 도요타에서조차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혁신적인 기술도 뛰어난 제품도 아닌 바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신한은행도 뛰어난 인재들 뽑는 일에 공 많이 들였지요?" 그러자 그 분이 말했다.


"글쎄요.신한은행엔 첨부터 그렇게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건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생각해 보세요. 단 하나의 영업점으로 출발하는 작은 은행에 미래도 보장되지 않았는데 당시 뛰어난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게 쉬웠겠습니까? 저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특별한 조직을 만들어낸 거죠."


평범한 사람들이라….1982년 창사 이래 독특하고 혁신적인 경영전략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외환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과 은행들이 무너지거나 적자를 기록했던 1997년과 1998년에도 놀라운 흑자를 내 주목을 받았던 신한은행을 수식하는 말치곤 좀 의외였다.


더구나 신한은행은 금융업계의 웰스파고처럼 한국의 '금융인재 사관학교'라 불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들의 사람경영 비밀은 무엇인가.


나는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게 됐다.


'대한민국 은행을 바꾼 신한은행 방식'(정동일 지음,김영사)이라는,조금은 도발적인 제목을 단 이 책에는 오늘의 신한은행을 만든 숨겨진 비법과 전략들이 담겨 있다.


그동안 많은 궁금증을 유발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한은행이라는 특별한 조직이 처음으로 그 베일을 벗은 것이다.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강한 조직문화 창출,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경영 등 7가지로 분류된 신한은행 방식(The Shinhan Bank Way)을 보면서 과연 신한은행의 성공은 이러한 요인들이 신한만의 방식으로 융합하여 고유의 시스템이자 DNA로 정착했기에 가능한 것이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됐다.


신한은행 방식 중 특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비범함을 뽑아내는 그들만의 고유한 인재경영 전략,그리고 한 사람의 뛰어난 리더가 아닌 전 구성원의 연쇄적이며 상호적인 변화와 혁신을 끌어내는 변용의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었다.


학벌도 파벌도 없다는 조직,1인당 생산성 최고은행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임원의 절반가량이 상고 출신이라는 신한은행의 독특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의 CEO들과 조직의 리더들이 새롭게 배우고 벤치마킹해야 할 새로운 사람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240쪽,1만2000원.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