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발트해 휴양지인 스베트로고르스크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시라크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러시아의 역외(域外) 영토 칼리닌그라드시 건설 750주년을 맞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유럽연합(EU)간 적극적인 관계가 세계의 안정과 칼리닌그라드의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란 점을 강조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러시아와 EU의 관계는 세계의 균형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도 "(법의 집행, 문화, 법적 문제, 경제 등) 네 가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EU의 관계는 칼리닌그라드 지역을 위해 중요하다"면서 "(양측 관계가) 가까울 수록 칼리닌그라드의 성공에도 좋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의 한 관리는 이밖에도 이날 회담에서는 이란 핵문제와 국제안보, 이라크 등 분쟁지역, 유엔 개혁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건설 750주년 기념식이 열린 칼리닌그라드시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져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칼리닌그라드주(州)의 주도(州都)로 발트해에 접해있다. 1255년 독일 튜턴기사단이 건설한 이후 '쾨니히스베르크'라는 독일명으로 동프로이센의 수도였지만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소련 영토에 속하면서 현재 이름으로 개명됐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슈뢰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 곳 태생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이름을 따 칼리닌그라드 대학을 임마누엘 칸트 대학으로 개명하는 행사도 열릴 예정이며 양국 정상은 칸트의 무덤을 찾을 계획이다. 한편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싸고 있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자국이 이날 기념식에 초청받지 못한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은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폴란드 대표단이 초청받지 못한 것은 사고가 아니라고 말했으며 발다스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자국 정부 관료들에게 기념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스베트로고르스크 APㆍAFP=연합뉴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