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전자부품업체 엘에스텍과 LG필립스LCD가 외부전극형광램프를 놓고 특허 침해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가 게재된 초판신문 발행 직후인 지난달 29일 밤. LG필립스LCD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엘에스텍측이 '소송을 취하하겠다'며 구두로 연락해 왔다는 것. 이 싸움은 당초 엘에스텍이 LG에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경고장을 보내 로열티를 요구하고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를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LG측에서 특허등록무효 심판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서자 곧바로 이렇게 싱겁게 끝나 버렸다. 엘에스텍 관계자는 "특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소송을 진행한 것 같다"며 "처음과 달리 승소할 자신감을 잃었다"고 했다. 이번 공방은 먼저 싸움을 건 측이 특허분쟁에 대해 철저한 준비와 지식없이 소송을 진행하다 되레 코너에 몰리면서 발을 빼는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이다. 엘에스텍은 이에 따라 자사 특허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기는커녕 소송비용만 날리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는 이 회사의 허술한 특허 관리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는 외부전극형광램프 기술에 대한 특허를 국내에만 등록함으로써 이 램프의 실제 생산업체인 일본 도시바해리슨라이팅에는 소송을 제기하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이를 수입해 쓴 LG측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다. 만일 이 회사가 일본에 특허를 등록했다면 도시바가 이 부품을 생산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기술이전 대가로 거액의 로열티를 받았을 수도 있다.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많은 해외 출원비용이 부담스러웠다고는 하지만 이를 아끼려다 오히려 애써 개발한 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나쁜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런 유형의 특허분쟁은 비단 엘에스텍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특허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은 까닭이다. 지식재산권연구센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종업원 300인 이하 중소기업의 82.4%가 특허관련 부서를 전혀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특허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면 무장해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임도원 과학기술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