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金宇中)은 재능있는 사업가였지만 그는 삼성, LG와 달리 정부가 끝까지 대우를 비호해줄 것으로 믿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4일 오랜 도피생활 끝에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욕에 찬 삶을 소개하는 기사를 경제면 1개면에 걸쳐 싣고 그가 사업 과정에서 정부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그의 활동은 한국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했다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먼저 김 전 회장의 사업 스타일을 인간적인 경영에서 찾았다. 신문은 과거 대우그룹에는 가족같은 분위기가 지배했으며 김 전 회장은 불시에 공장을 찾아가 직원들과 만나 담소하고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회장이었지만 사무실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 등 직원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그가 대우를 이끌면서 처음으로 휴가를 간 것은 1990년 자신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때였다. 김 전 회장은 외국 지도자들과도 인간적으로 긴밀한 친분관계를 유지했으며 프랑스, 수단,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 중국, 리비아, 이란 등 각국 정상들과도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 이즈베스티야는 사업가로서 김 전 회장의 재능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몇가지 소개했다. 그는 '위험이 높으면 수익도 크다'는 소신에 따라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일 당시 이란으로부터 철도 터널공사를 수주했으며 리비아에 대한 미국측 경제 제재조치 와중에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17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 전 회장은 매일 주요 바이어들과 레스토랑에서 만나 사업을 논의했는데 그는 위스키 병에 담아놓은 보리차를 마시면서 말짱한 정신을 유지했다. 상대방은 김 전 회장이 마시는 것이 위스키가 아니라 보리차라는 것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 가나 정부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아침에 가나에 도착한뒤 당일 저녁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그의 사업은 시련이 시작됐고 이후 아시아 외환 위기로 인해 대우의 부채는 계속 커져갔다. 이즈베스티야는 삼성과 LG는 신속히 부채를 줄이고 수익을 높여나갔지만 김 전회장은 정부가 그의 세계경영을 영원히 지지해줄 것을 믿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우를 비롯한 특정 기업들에게 막대한 자금 및 세제 혜택을 제공했으며 김 전 회장 부친이 박 대통령의 은사라는 이유로 김 전 회장은 재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또 김 전 회장이 수년간 도피생활을 하던중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전화로 내게 '얼마동안 나가있으라'고 분명히 말했다"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즈베스티야는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인들의 근로시간은 일주일중 6일을 매일 12시간씩 일했으며 이같은 근면함으로 인해 199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은 8천500달러로 인도의 30배를 넘게 됐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