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차를 운전하고 최고급 호텔에서 지내며 아름다운 아가씨를 갖고 싶나요? 'Zo0mmer'가 제공하는 덤프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로또 광고 같지만 한 인터넷 사이트에 실린 이 게시판문에서 '덤프(dump)'란 훔친 신용카드 정보를 의미한다. 이처럼 인터넷에서는 도둑질한 신원 정보의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해당 사이트들이 대부분 옛 소련 등 치안의 손길이 부족한 곳에 개설돼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Zo0mer'란 아이디로 '덤프' 판매 광고를 낸 사이트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 회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신상자료는 건당 100달러에 거래된다. 최근 4천만명의 신원정보를 도난당해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인터넷 결제 업체 카드시스템스 솔루션스의 자료도 언젠가는 이런 사이트에서 거래된다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같은 신원정보는 인터넷 구매나 위조 신용카드 제작에 사용될 수 있고 때로는 더욱 정교한 신원정보 이용 사기사건에 이용되기도 한다. 훔친 신원정보를 거래하는 온라인 조직은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구성돼 있다. 신원정보의 매입자와 판매자는 물론 중개인도 있고 이에 필요한 서비스 부문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암시장에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컴퓨터 서버는 대개 옛소련 국가들에서 운영되고 있어 미국 등 피해자들이 많은 국가에서 단속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암시장 거래인들은 거래실적과 명성에 따라 신속하게 등급이 매겨지고 이와 같은 등급은 그들이 파는 상품의 값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매년 신상정보를 도난당해 크고 작은 피해를 입는 미국인이 1천만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손실은 연간 50억달러, 기업 손실은 480억달러에 각각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온라인 암시장에서 신원정보를 구입한 사람들은 대개 이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해 인터넷 경매업체 등을 통해 처분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마련하고 현금 인출기에서 현금을 빼쓰기도 한다. 이들이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카드 가입자의 주소를 바꿔주고 안전한 배달장소를 물색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국방정보국(DIA) 출신으로 사이버범죄 분석업체인 아이디펜스에서 일하는 짐 멜닉씨는 이와 같은 도난 신원정보의 거래실태는 "미국 금융업계에 더 크고 장기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천천히,장기간에 걸쳐 금융산업을 압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