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먼저 불황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량 부도 및 채무 변제 압박으로 이들이 보유한 대형 부동산물건이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21일 부동산경매정보 제공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경매에 부쳐졌거나 진행되고 있는 감정가 100억원 이상 물건은 총 18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18건보다 55% 급증했다. 특히 대형 경매 물건 수는 지난 2월 19건에 불과했지만 3월 이후 매달 30건대로 늘다가 이달 들어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40건을 돌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권 채무를 갚지 못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보유 부동산이 올 들어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보통 경매 신청부터 입찰까지 7~8개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입찰에 부쳐지는 물건은 대부분 경기 침체의 골이 가장 깊었던 작년 말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에 한 건도 없었던 서울 중구·종로구 등 도심권의 100억원 이상 대형 물건이 올 들어 5건이나 경매에 부쳐졌으며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작년보다 1건 늘어난 7건이 경매에 넘겨졌다. 23일엔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대형 물건 4건이 동시에 경매된다. 보텍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옥은 감정가 101억9700만원에 첫 경매에 부쳐진다. 삼안실업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그린벨트 내 토지도 같은 날 경매에 처음 부쳐진다. 총 14만6095평 규모며 감정가는 429억8900만원이다. 앞서 성우전자는 지난 7일 감정가 509억원짜리 안성공장을 경매로 내놓았으며,이수금속은 채무 변제를 위해 경남 창원공장(감정가 268억원)의 낙찰자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기 침체 초기에는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서민형 주택들이 주로 경매에 나오다가 불황이 장기화되면 대형 물건이 등장한다"면서 "특히 100억원 이상의 대형 물건이 올해 집중적으로 경매에 넘겨지고 있는 것은 경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