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최고 몸값은 어느 동물일까' 정답은 아프리카에서 온 `로랜드 고릴라'. 수입가격만 3억5천만원에 달하고 수입 과정의 운송비, 보험료 등 부대비용까지 계산하면 실제 몸값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굳이 가격을 따지자면 그 정도라는 것이지 전 세계적으로 수백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아 실제로는 `부르는 게 값'이다. 서울대공원에는 현재 로랜드 고릴라 2마리가 있는데 그 몸값에 맞게 `귀빈 대접'을 받는다. 기본 사료비만 월 100만원 정도 들고 까다로운 식성에 맞춰 간식도 세심히 챙겨줘야 한다. 싱싱한 제철 야채는 기본이고, 과일로 비타민도 보충해 줘야 하며 장(腸) 건강을 위한 유산균 음료도 필수다. 덕분에 사람으로 치면 80∼100살의 고령임에도 양호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흔히 북극곰이라 불리는 흰곰 역시 마리당 1억∼2억원이나 하는데 ,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종이라 돈이 있어도 구입 자체가 어렵다는 게 동물원 관계자의 귀띔이다. 영리함을 뽐내며 만인의 사랑을 받는 돌고래가 마리당 1억5천만원선이며 그밖에 아프리카 코끼리(2억∼3억원), 코뿔소(3억원), 오랑우탄(3억원), 기린(2억원), 황새 (2억원) 등 억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급 동물들이 즐비하다. 동물 가격이 이렇게 비싼 것은 각종 동물보호협회에서 무분별한 수입과 판매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랜드 고릴라의 경우 적절한 온도와 습도 조절은 물론 수질과 먹이 관리, 활동공간 확보 등 까다로운 사육조건이 갖춰져야 `모셔올' 수 있다. 그렇다면 `밀림의 제왕'이라 불리는 사자와 그 라이벌격인 호랑이의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사자(150만원)보다는 호랑이(1천만원)가 훨씬 비싸지만 `억대'의 롤랜드 고릴라 등에 비하면 정글을 주름잡는 두 맹수도 몸값에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동물들의 몸값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인데, 어느 정도 멸종 위기에 처했느냐에 따라 야생 동.식물에 대한 무역거래 규제 방침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멸종 위험의 정도에 따라 CITES Ⅰ, CITES Ⅱ, CITES Ⅲ 등으로 구분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해당 동물의 값이 비싸다. 동물 가격은 개체수에 따라 변하기도 하는데 최근 10년간 사자와 호랑이 수가 늘면서 CITES Ⅰ종이면서도 몸값이 뚝 떨어졌다고 동물원 관계자는 전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실제 동물을 살 때는 구입비 외에 동물원 간 계약성사를 위해 비공식적인 자금이 더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면서 "엄청나게 비싼 몸값을 알고 동물을 구경하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