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면담 성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북핵 해결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환영했다. 이들은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예정에도 없던 정 장관의 면담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남측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이번 면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진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도 북한 나름대로 현 상황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서는 정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입장을 정리하는 장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면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경우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등을 도울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담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이를 통해 핵을 포기하는 길을 여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 면담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했고 매우 잘된 일이다. 우선 북측으로서는 남측이 미국과의 사이에서 북한의 이익에 반하지 않게 조금은 객관적으로 의사소통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틀에서 제한된 범위내에서나마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의지를 북측이 읽고 이에 대해 화합다는 성격도 있다. 북핵 포기를 통해 미국과 관계개선은 물론, 체제안전보장, 경제지원 등을 얻어내려는 배경도 포함됐다. 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식량 부족문제 개선을 도모하는 한편 해방 60주년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북한 주민들에게 경축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 면담은 정 장관이 특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당장 어떤 것이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정 장관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도 희망을 갖게 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이번 면담은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 이제 큰 틀에서 한반도의 위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남북관계가 잘돼야 미국과의 문제해결에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도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위한 배경이 담긴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현재 6자회담 복귀를 고심 중이며 이르면 오는 7월께 6자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6.15 5주년을 맞아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도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담은 남북간 화해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일로 북한은 이를 통해 식량난 등 경제난 극복의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는 가운데 이번 면담으로 그 가능성이 더 커졌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6자회담 복귀와 북핵 문제가 긴박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 등에 일종의 유화적 제스처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등을 자극, 상황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나름대로 상황을 유화적으로 이끌면서 회담복귀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북한은 남북관계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이번 면담에서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등에 대한 원론적 의견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메시지가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윤 황 선문대 교수 방북하기 전부터 우리 정부 차원에서 면담을 희망한 것 같다. 16일 있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북핵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전달하면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김 위원장이 면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정 장관을 통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아울러 남북 당국간 회담의 물꼬를 트이고 장관급회담에 대한 좋은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 장관 취임 직후부터 남북대화가 중단됐지만 이번 면담을 계기로 북측이 정 장관을 장관급회담의 파트너이자 남측 통일정책 책임자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