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킨 운전자는 법규를 위반한 차량의 피해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남부지법 민사21단독 이정렬 판사는 5일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씨의 가족들이 자동차 운전자 신모씨가 가입한 D보험사를 상대로 낸 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한다"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2003년 9월26일 경기 고양시 화정동의 한 삼거리에서 횡단보도의 푸른신호를 무시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가다 신씨가 운전하던 화물트럭 뒷부분과 부딪쳐 사망하자 이씨의 유족이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씨가 횡단보도의 신호를 위반하고 운전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며 신씨는 어떤 잘못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운전자는 교통법규를 준수해 운행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다른 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운전하는 경우까지 예상해 교통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