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의 성매매 혐의로 베트남 경찰에 체포된 뒤 강제출국을 대기 중인 9명의 한국 관광객 경우는 최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섹스관광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표 사례다. 최근 동남아 섹스관광지 가운데 '신흥 명문지'의 하나로 부상한 곳이 베트남이라는 것은 관련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 베트남은 작년 7월부터 한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는 15일까지 비자없이 체류할 수 있게 한 데다 작년 12월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을 강타한 쓰나미사태로 인한 반사이익까지 겹쳐 한국인 입국자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 하노이와 하롱 베이를 포함한 베트남 북부지역을 3박5일 동안 돌아볼 수 있는 20만원대의 관광상품이 출시되면서 현지에서는 "발에 채이는 것이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잦다. 이에 따라 현지투자나 상담 등 상용수요까지 합칠 경우 올 한해 베트남을 찾을 한국인수는 작년보다 150% 가량 늘어난 50만명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예측이다. 이는 베트남을 찾는 외국인 6명 가운데 한명꼴인 셈이다. 베트남 섹스관광의 시발점도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가라오케라는 것이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외국인을 상대로 공공연히 성매매를 용인하는 가라오케는 수도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옛 사이공)시의 호텔 부설 가라오케 등 30여개로 알려졌다. 이들 가라오케에는 적게는 60명, 많게는 250명의 여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종업원들 가운데 80% 가량이 한달 평균 10차례 정도 성매매가 동반되는 '2차'를 나가 1천∼2천달러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가라오케를 통한 성매매의 연결고리는 현지 진출 한국계 여행안내원(가이드)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일명 '랜드사'로 통용되는 현지진출 한국여행사에 소속된 가이드들은 20만원대의 싸구려 관광에 따른 적자를 보충하기 위한 해결책의 하나로 성인 남성 관광객들에게 가라오케와 '2차'를 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라오케측은 가이드에게 '컴'(수고비) 명목으로 인솔한 고객들이 부담한 술값 가운데 50% 가량을 건네는 것으로 전해졌다. 술자리가 끝나고 '2차'를 가는 경우는 희망자에 한하며, 봉사료와 숙박료까지 포함해 한사람당 보통 100∼150달러 가량 부담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게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하노이에서 가장 '물'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화교자본인 F호텔 내 B가라오케"라면서 "얼마전 한국의 TV를 통해 보도된 이 호텔에서는 술값은 경쟁업소들보다 30% 가량 비싸지만 굳이 외부에 나가지 않고서도 '2차'가 가능한 객실을 얻을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B호텔, H호텔 등에 부설된 가라오케에도 가이드들이 한국손님들을 자주 모시고 가는 곳"이라면서 "그러나 이곳들은 단속을 이유로 수시로 '2차용 객실' 이용을 통제하기 때문에 사정을 모르는 고객들과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가라오케를 운영하는 K모(45)씨는 "수시로 발생하는 매춘 단속과 이에 따른 영업정지 및 종업원 처벌 등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한때 '2차' 폐지를 고려해보았지만 아예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어질 것 같아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또 다른 가라오케 지배인 P모(36)씨는 "우리집의 경우 관광객 손님 가운데 평균 30%가 `2차'를 나가는 경우로 파악됐다"면서 "최근에는 낮에는 골프와 발마시지로, 저녁에는 가라오케와 '2차'로 된 일정을 보내는 일명 '섹골팀'도 자주 목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라오케에서 나와 호텔로 직행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경찰이 추적해 여종업원과 함께 적발한 뒤 관련 장면을 TV까지 방영한 것에 대해 한국을 겨냥한 표적단속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관광객들의 경우 술집에서 기물파손이나 종업원 폭행 등 불미스런 행위를 수시로 한 것이 현지 경찰의 1차 단속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베트남 소식통은 "성매매는 마약 문제와 함께 베트남 젊은층이 직면한 가장 큰 사회악 가운데 하나로 단속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이를 조장하는 유흥업소 업주들과 결탁한 일부 공무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효과가 없었다"면서 "더구나 베트남이 동남아권에서 '섹스천국' 가운데 하나로 비춰지기 때문에 성매매 행위에 대한 단속은 한동안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식통은 또 "최근 판 반 카이 총리의 특별지시로 가라오케, 디스코텍, 오락실 등 성매매를 비롯한 각종 사회악의 온상이 된 유흥업소에 대한 신규영업허가 발급 중지 조치도 당국의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