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주식의 시세를 적정 수준으로 안정시켰다는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주식 불공정거래를 처벌토록 한 관련법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27일 유가증권의 시세고정 및 안정 목적의 매매거래 행위를 처벌토록 한 옛 증권거래법 조항(내용은 현행법과 동일)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문제가 된 조항은 '누구든지 단독 또는 공동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위반해 유가증권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지금은 코스닥시장)에서의 매매거래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지 못한다'는 옛 증권거래법 제188조의 4 제3항. 재판부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위반해'라는 대목은 '대통령령이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바에 위반해' 또는 '대통령령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위헌제청한 에쓰오일 김선동 회장은 시세고정 및 안정혐의와 관련된 유죄판결 부분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게 됐다. 김 회장은 1999년 전·현직 임직원 계좌에 회사자금 569억원을 입금한 뒤 자사주를 집중 매입해 주가를 떠받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제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위헌판정을 받은 형벌조항은 사건 당사자에 소급 적용된다"며 "1997년 1월 이후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법원에 재심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