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2001년 0.5%까지 떨어졌던 홍콩의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8.4%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는 6.7%에 이를 전망이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5월30일자)는 "홍콩을 도약대로 삼아 성장한 중국이 이제는 수렁에 빠진 홍콩 경제에 새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홍콩 경제 부활을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다. 이 잡지는 특히 금융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홍콩 경제가 앞으로 위안화 절상과 중국 본토 산업의 가격경쟁력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활하는 중국의 창(窓) 홍콩의 실업률은 2003년 7.9%에서 올 1분기에 6.1%로 줄었고 4월에는 5.9%로 떨어졌다. 주가도 올라 항셍지수는 지난 1년 동안 22% 상승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신용카드 연체율도 떨어지고 있다. 2002년 1.9%였던 연체율은 작년 12월에 0.44%로 급감했다. 빈센트 쳉 HSBC홀딩스 아·태지역 사장은 "부(富)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오는 9월에는 35억달러를 들인 홍콩 디즈니랜드가 개관,관광수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4월 구룡반도의 고급 아파트는 2130만달러(미 달러 기준)에 매매됐다. 평당 가격은 14만1600달러로 호황기였던 1997년의 10만6700달러를 33% 상회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몇 년 전 홍콩 경제가 '펑크'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변화"라고 지적했다. 홍콩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미 달러화에 연동되는 홍콩달러의 페그제 때문에 환율 대신 자산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2003년까지 부동산 가격은 70% 폭락했다. 2년 전에는 사스(SARS)의 창궐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반도체 메이커인 AMD와 인피니언, 코닥 등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를 홍콩에서 상하이로 옮겨가는 등 홍콩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중국경제의 후원 홍콩 경제의 부활은 베이징의 도움이 컸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본토 관광객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등 '홍콩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관광객수는 지난해 1224만명에 달해 전년보다 44% 늘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홍콩 소매업 매출의 12%를 중국 관광객이 올려줬다. 2000년(5%)에 비하면 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또 중국은 홍콩정부와 경제협력협정(CEPA)을 맺어 홍콩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 중국 본토 기업과 같은 지위를 갖게 했다. 이에 따라 홍콩과 중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2320억달러로 늘어났다. 중국의 2000개 회사들이 홍콩에서 영업 중이다. 홍콩 기업들은 2400억달러를 본토에 투자,광둥성 주장삼각지 등지에 수천개의 경공업 공장을 세웠다. ◆홍콩은 어디로 홍콩은 물류중심으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지만 투자은행 로펌 회계법인 등의 분야에선 아직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44개 기업이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97억6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중국 기업들이 사베인-옥슬리법으로 규제가 엄격해진 뉴욕시장 대신 홍콩으로 돌아선 것이다. 홍콩은 또 단기거래 선물,파생상품거래 등 첨단 금융제도와 금융환경이 중국보다 10년은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영어가 통용되는 데다 법인 등에 대한 세금이 적고,자본 규제도 덜하다. 미국 로펌인 폴해스팅제이노프스키&워커의 파트너 닐 토피는 "홍콩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중요도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금융과 비즈니스의 중심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민주개혁 요구 등 정치불안 문제,주장삼각지의 환경오염 문제 등 홍콩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도 많다. 홍콩은 특히 호황국면에서 형성되는 거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조언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