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 같이 16일에 이어, 17일 개성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 차관급 회담이 북핵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우리측은 전날에 이어 이날 이봉조-김만길 수석대표 접촉 등을 통해 조속한 6자회담 복귀와 추가 상황악화 조치 중단 등 북측의 `전략적 결단'을 거듭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북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북한은 그냥 듣고만 있는 상태다. 북측은 전날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접촉 등에서 우리측이 북핵 문제를 공식으로 제기하자, 처음에는 공식거론 자체에 반대를 했다가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측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남북 교류.협력이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핵포기 및 6자회담 복귀를 강하게 촉구하자, 북측은 "우리도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고 말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실제로 북한은 회담장에서 "해당 부분(외무성 등)에 전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회담관계자도 "이번 회담은 핵문제와는 거리가 있다"면서 "실제로 회담에서 핵문제가 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모습은 남측의 북핵 문제 거론에 거세게 반발했던 종전에 태도와는 다른 것으로서 불필요하게 남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과거보다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북한의 이런 태도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는 우리측 대표단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남측은 이번 차관급 회담을 결산하는 공동보도문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된 언급이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재확인까지는 아니어도, 과거 장관급회담 수준 에서 다소라도 진전된 북핵 관련 문구를 넣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의 단초가 마련되지나 않을까 하며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눈길이 남측으로서는 부담을 상당히 느낄 법도 하다. 서울에서 열린 작년 4월 제13차 장관급회담에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제2차 6자회담이 결실있는 회담이 되도록 협력한다"는 표현이, 그 후 3개월이 지난 5월 평양에서 진행된 제14차 장관급회담에서 "6자회담에서 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표현이 각각 공동보도문에 담긴 바 있다. 이에 따라 남과 북의 양측 대표단은 각각 개성-서울, 개성-평양 통신을 이용해 본부의 훈령을 받아가며 이날 오후 늦게까지 최대한 밀고 당기기를 할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차수를 변경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평양 당국이 우리측의 강한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핵 관련 문구를 최소한의 수준에서 공동보도문에 삽입하는 데 합의할 지, 아니면 우리측에서 이번 회담의 목표 를 제15차 장관급 회담의 `6월 개최'로 한정하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 심각성과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북측에 전한데 만족하는 선에서 회담을 정리할 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마지막 날 오후에도 양측은 수석대표 접촉만 가졌을 뿐 오후 5시 현재까지도 공동보도문이 조율돼야 할 전체회담은 열리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접촉만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