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흔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미국에선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이색 동포 두 사람이 있다. 11세부터 양봉을 한 황보 성(78)씨는 1982년 미국으로 이민한 뒤 지금까지 67년 동안 양봉에 평생을 바쳤고, 장인석(56)씨는 미국 전역에서 유일하게 우리의 전통술인 막걸리와 동동주를 빚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황보 농장'을 운영하는 황보씨는 11일 미주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양봉 일도 아편처럼 중독성이 있어요. 실패하면 때려 치웠다가도 봄이 되어 양지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다시 마음이 동한다"며 "부지런히 화분을 채취하고 꿀을 빠는 벌을 보노라면 마치 집 나간 자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벌치는 사람이 벌에 쏘이지 않았을 리 없지만 그는 "한국의 토종벌에 비해 미국의 벌들은 좀 더 활동적이며 사납다"며 "캘리포니아의 밀원은 세이지 꽃을 비롯 계절에 따라 오렌지, 아카시아 등이 유명하다"고 전했다. 황보씨는 도미하던 해 이웃집 뒷마당에 벌통을 놓고 벌을 치다가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들이닥쳤는가 하면 수해와 산사태, 돌림병, 곰의 습격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부인 황보 순희(74)씨와 함께 양봉업을 한 그는 "평생 넓은 땅에서 후대를 위해 한번 근사하게 해보자고 덤볐다"며 "어쨌든 원없이 했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가디나시에서 `고려 와이너리'를 경영하는 장씨는 술이 좋아 막걸리와 동동주를 빚는 `술꾼'으로 통한다. 장씨가 빚은 막걸리와 동동주는 보통 막걸리가 3~4일 숙성을 하고 살균처리를 하는 반면 40일 정도 숙성을 하는 전통의 방법을 고수하며 살균처리를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어서 건강주로도 일품이다.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 카운티의 한국마켓과 음식점에 납품하는 고려 와이너리는 동포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막걸리 제조의 모든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하는 장씨는 올해 말부터 약주와 증류식 소주도 빚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