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처음으로 철강 부문 전면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던 독일 최대의 제조업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11일 노사간 임금협상에서 막판 합의에 성공했다. 공영 ARD방송에 따르면 금속노조 산하 철강 부문 노사는 지난 10일 밤부터 6시간 동안의 밤샘협상을 벌인 끝에 서독지역 노조원 임금을 3.5% 인상하고 1회성 상여금 500유로를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타결했다. 노사가 한발짝씩 양보해 막판 타결에 성공함으로써 27년 만의 철강부문 전면 파업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독일 경제가 타격받을 우려가 해소됐다. 당초 노조는 서독지역 철강업체 노조원 임금을 6.5%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반면 사용자측은 향후 19개월간 2.4% 인상에 1회성 상여금 800유로를 제시했다 그러나 5차례의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오는 13-19일 서독지역 철강업체 조합원 8만5천명을 대상으로 전면파업 찬반투표를 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철강 부문을 포함한 금속조조의 전면파업은 지난 1978년 주 35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벌인 것이 마지막이었다. 독일 금속노조는 철강과 자동차, 전기, 전자 등 주요 업종을 포괄하고 있으며 조합원 수는 총 270만명이다. 데틀레프 베첼 금속노조 협상 대표는 "공정한 합의에 만족한다"면서 "철강 외에 다른 부문에선 아직 이렇게 좋은 협상 결과가 나온 곳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헬무트 코흐 철강산업협회장은 "다른 내용의 합의를 원했으나 불행히도 이루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마르틴 카네기서 금속산업협회장은 "현재 철강업경기가 좋다고는 하나 임금 인상 폭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용자측도 노사 갈등이 첨예화되지 않고 협상 결렬로 파업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표정이라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또 최대 철강업체인 튀센크룹은 임금인상으로 재정 압박을 받아 감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 수요 증가로 지난해 부터 독일 철강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독일 노조들은 경기침체와 동구권으로의 공장 이전 등을 무기 삼은 사용자측의 임금인상 없는 노동시간 연장이나 임금 동결 등을 수용해왔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독일 철강업계 이윤이 작년보다 40% 늘어난데다 경영진들이 지난해와 올해 자신들의 봉급과 주주 배당금을 대폭 올린 상황이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먹힐 것으로 노조측은 예상했다. 한편 별도로 진행되는 동독지역 철강업계 임금협상은 결렬됐으나 서독지역 합의 안의 영향을 받아 조만간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