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새 대입제도 개선안을 확정한 뒤 올해 고1년부터 `내신 부풀리기'가 사라진다며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교육당국은 그 고1년생들이 거리로 나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예상되자 홍보를 강화하는 등 불끄기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내신 위주 새 대입제도에 따라 올해 첫 중간고사를 치르는 고1년생들의 학습부담이 늘어나고 지나친 석차 경쟁으로 교우 관계조차 멀어진다는 등의지적이 잇따라 나왔음에도 "학교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의 자살학생 추모집회를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새 대입제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새 대입제도의 취지를 홍보하고 참여 학생을 엄단키로 하는 등 황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 교육부는 이에 따라 지난 4일 학생ㆍ학부모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위해 6월말까지 대학별 전형계획 주요사항을 확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9월부터 대학별 전형계획을 발표하고 연말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통해 이를 취합, 분석하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1학기 기말고사 이전인 6월말까지 대학별로 개괄적인 전형계획을 조기 확정하고 세부계획은 하반기 보완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이나 모집단위가 어떤 전형요소에 중점을 두는지를 파악, 기말고사부터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간고사가 끝나는 즉시 시ㆍ도교육청별로 학습부담 요소, 과외 증가 정도, 학생 전학 현황, 예년과의 고1 중간고사 비교 등 학교 현장의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도록 해 이를 토대로 학습부담 경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신이 입시의 전부가 아니며 모든 과목을 잘 할 필요도 없다'는 점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교육계 인사들에게 e-메일 서한문을 보내 "새 제도는 끝없는 등위 경쟁 대신 보다 폭넓은 9등급의 여유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자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새 대입제도에 따른 대학별 전형요강이 마련되지 않아 무조건 1등급을 받거나 모든 과목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오해가 있었다"며 "한발 앞서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겨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도 했다. 김 부총리는 6일에도 "새 대입제도는 시험성적 위주보다 특기나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여러 줄 세우기'에 의한 학생선발을 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을 골자로 한 대국민 호소문을 또 발표했다. 교육부는 아울러 고교1년생들에게 보내는 별도 글을 통해 "내신성적은 1~2차례 시험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학생에게는 `티끌 모아 태산'이고 불성실한 학생에게는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을 교칙에 따라 처벌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선 참석 학생 처벌 경고가 오히려 학생들을 자극시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7일 추모집회를 계획중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촛불집회의 배후는 교육부이고 학생들의 자살에 대한 책임도 교육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입시관계자도 "교육부가 `내신 위주로 뽑는다'는 점만 강조해 학생들의 불안감을 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