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70cm의 늘씬한 키에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고은옥 사장(28).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고 사장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미인이지만 매서운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올해로 보디가드 경력 10년차. 19세 때 경호업계에 발을 디뎌 그동안 경호를 맡아온 사람만 1천명이 넘는다. 그 중에는 고르바초프나 톰 크루즈 같은 해외 유명인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고 사장은 어려서부터 태권도 및 육상 선수로 활동하며 강인한 체력을 다져왔지만 그보다는 빈틈없는 경계자세와 의뢰인을 편안하게 해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장점이다. 그의 경호팀은 무술과 미모를 겸비,한국의 '찰리스 에인절스(미국 TV시리즈 미녀삼총사)'로 불린다.


그는 2003년 말 국내 최초로 여성전문 경호업체 퍼스트레이디를 창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약 2천5백개에 달하는 국내 민간경호업체 중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업체는 퍼스트레이디가 처음이다. 여성들의 경호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짚어내고 숨겨진 틈새시장을 찾은 것이다.


고 사장은 "연예인들의 팬사인회나 콘서트,정치권의 전당대회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주부에서부터 스토킹을 당하는 20~30대 여성,유괴를 걱정하는 부유층 자녀까지 경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들의 주주총회안전관리는 물론 산업스파이를 잡기 위한 위장 취업 등 민간조사원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처음 고 사장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경호는 해외 귀빈들의 방한이나 콘서트 등 규모가 큰 현장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동원되는 인력도 적게는 수십명에서 몇 백명에 이릅니다. 다들 여성이 운영하기에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지요."


그러나 그의 사업 수완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2월 경호상품을 우리홈쇼핑에 내놓으며 단일 매출 1억9천8백만원을 올리는가 하면 일본 후지TV에 소개되면서 일본에까지 알려진 것. 사업 첫해인 작년 매출은 6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1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 사장은 "요원들을 통솔하는 능력,인적 네트워크를 맺고 경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들을 단골로 만드는 완벽한 맞춤 서비스 등이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일을 맡기며 불안해 하던 고객들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저돌적인 투지를 경험하면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며 "여성이라는 점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