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초만 되면 채 1개월을 못 넘기고 반짝했던 `작심삼일형' 금연운동이 올해는 정부, 기업, 대학, 의료계 할 것 없이 열풍에 가까울 정도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 금연운동의 특징은 1.4분기를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새로운 금연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 95년에 금연구역설정과 광고제한 등의 간접적인 금연정책을 도입했지만 이 같은 정책은 흡연율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2월 담뱃값 500원을 인상하면서부터는 금연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가 `대국민 흡연율 줄이기 원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예년과 달리 올해 금연열풍이 지속되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인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금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금연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금연 열풍을 살펴본다. ■ 의료계 흡연폐해 알리기 팔 걷었다. ▷ 담뱃갑 경고 문구 무섭게 바꿔주세요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담뱃갑에 뇌졸중에 걸린 뇌, 임산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 중환자실에서 고통 받는 신생아, 심한 잇몸 염증 등의 사진을 삽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의학단체도 자발적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회장 김유영)는 최근 흡연이 천식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염증으로 망가져 가는 천식환자의 기관지 사진과 관련 문구 등을 담뱃갑 디자인에 삽입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학회는 실제 경고문을 넣은 담뱃갑도 디자인해 놓은 상태다. 이에 앞서 이 학회는 지난 4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소아천식환자들이 간접흡연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의미로 `금연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어린이천식홍보대사 아기공룡 둘리와 1천200여명의 소아천식환자와 보호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는 담배 소지자가 참가할 수 없도록 했으며 담뱃갑 모양으로 제작된 대형 지게로 담배를 수거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인천시에서는 지난 24일 청소년 흡연예방 및 금연캠페인의 하나로 청소년금연건강마라톤 대회를 인천문학경기장 컨벤션센터 앞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 정부, 담배 향해 집중포화 ▷ 담배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대한 법률안 입법운동 담배를 제조하거나 수입, 매매, 소유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이나 5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 운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은 국회의원 165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이 법률을 연내에 입법청원한다는 계획이다. ▷ 자학시리즈 금연광고 복지부가 4월초부터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금연광고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광고 내용은 주먹으로 머리를 치고, 얼굴을 탁자에 비벼대고 , 맨홀에 얼굴을 파묻는 등 흡연이 신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충격적인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섬뜩하다', `무섭다' 등이 대부분이지만 흡연자를 매도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단체로 금연 선언을 하기도 했다. ▷ 보건소 금연클리닉 운영 지난해 10개 주요 보건소에서 시범 실시했던 금연클리닉 사업이 올 3월부터 전국 246개 전 보건소로 확대됐다. 또한 정부 과천청사 안에도 금연하려는 공무원을 도와주기 위한 금연 클리닉이 등장했다. ▷ 담배회사 스포츠행사 후원금지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최근 담배회사의 프로스포츠 후원과 마케팅에 대해 반대하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위원회는 한국배구연맹이 2005년 프로배구경기의 명칭을 후원사인 담배제조 업체의 사명을 딴 `KT&G 2005V'로 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쉽게 KT&G 로고를 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관련, 스포츠 경기에 담배회사의 마케팅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협조공문을 문화관광부에 전달했다. ▷ 금융감독원, 금연펀드 운영 금감원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연펀드'를 만들어 심장병어린이 등 불우이웃돕기에 나섰다. 올 1월1일부터 시작된 이번 펀드의 가입대상은 1천600여 임직원 중 자타가 공인하는 흡연자로 제한되며 1구좌당 10만원으로 1인당 5구좌까지 가입할 수 있다. 금연에 실패한 가입자는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며 이들의 투자원금은 금연성공자의 명의로 심장병어린이 재단 등에 기탁된다. ■ 군(軍)에서도 금연 열풍 ▷ 군용담배 면세폐지 검토 정부는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위해 군대에서 면세 담배를 팔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 이를 국방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군용담배에 대한 면세제도가 폐지되면 250~500원짜리 담배 1갑이 2000원 안팎으로 올라간다. ▷ `작심평생' 금연운동 육군 노도부대 신병교육대대는 간부들이 직접 나서 `작심평생 금연운동'을 벌이는 등 자발적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다. 신병교육대를 거쳐가는 모든 훈련병에게 금연관련 프로그램을 녹화해 보여주고 1대1 개인 면담을 통해 금연서약서를 작성토록 하는 등 금연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 담배 구입금액으로 불우이웃 돕기도 공군 남부전투사령부는 금연을 결심한 장병들의 담배 구입금액 일부를 어려운 이웃돕기 구좌로 전환해 `금연도 하고 이웃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 기업들도 강도 높은 금연 운동 ▷ 삼성전자 담배 피면 벌금 부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일부 부서는 담배를 피우다 걸린 `현행범'이 아니더라도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흡연장 근처에 있거나 담배나 라이터를 가지고만 있어도, 옷에서 담배 냄새만 나도 5천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또한 금연서약서를 낸 사람들에게는 금연보조제 구입비용으로 40만원을 지원하고 1년간 껌과 캔디까지 챙겨준다. ▷ LG전자, 1년간 금연하면 `성공 보너스' LG전자 창원공장은 웰빙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금연펀드를 실시하고 이를 체크하는 `금연경찰팀'을 발족했다. 한 달간 흡연자 1천800명을 대상으로 조성된 금연펀드에는 절반이 넘는 총 978명이 가입했다고 한다. ▷ 태평양 금연 성공하면 상품권과 축하꽃 배달 태평양은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상품권 20만원과 축하꽃을 배달해주는 `금연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 비알코리아 금연 포상금 지급 베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흡연자의 체내 일산화탄소를 측정해 건강상태와 흡연 정도를 체크해 주고 금연에 성공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 대학들도 금연 캠퍼스화 경남 김해에 있는 인제대는 대학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강남대도 강의동에서의 흡연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종합예술대도 강의동의 금연건물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