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를 둘러싸고 정부와 관할 자치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조합측이 분양가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분양 승인을 보류할 것을 해당 자치구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지만 각 자치구는 “규제할 수단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자치구에 모두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승인권자인 강남지역 자치구들은 27일 한결같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는 존중하지만 관내 주민들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정부와 주민 사이에 끼어 관할 구청만 죽을 맛"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아파트 분양가격을 잡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분양 승인권을 시나 건설교통부로 넘기든지,분양가 자율화 조치를 폐지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잠실주공 2단지에 대해 지난 25일 분양 승인을 내줘 논란을 불렀던 송파구의 이형구 재건축추진반 사업2팀장은 "정부가 1998년 민영주택의 분양가 자율화 정책을 도입한 이후 자치구가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규제할 근거가 없어졌다"며 "법적 근거도 없는데 어떻게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치 도곡주공 2차아파트의 분양 승인을 보류한 강남구도 분양가를 내리도록 할 법적 근거가 모두 사라진 마당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일단 정부 지침대로 도곡주공 2차에 대한 분양 승인을 보류했지만 계속해서 지역 주민들의 뜻을 무시할 수도 없다"며 "정부와 주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구내에 올해부터 앞으로 3년간 신규 분양이나 재건축 분양 승인을 앞두고 있는 단지가 없어 천만다행"이라며 "정부가 시장원리를 통해 아파트 분양가격을 잡기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분양가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분양가심의위원회'를 만들거나 분양가 자율화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