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원들이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개인들로부터 지원받은 여행 경비 액수가 1천600만달러(약 160억원)에 달하며 이중 절반 이상은 자금원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비영리단체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26일 인터넷판에서 공개했다. 이 신문은 최근 한국과 영국을 공짜로 여행한 것으로 드러난 톰 딜레이(텍사스) 하원 공화당 원내 대표가 비리 의혹으로 상원 재정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누가 의원들의 여행 경비를 부담했는 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이 개인의 경비 지원으로 여행하는 것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으나 로비스트나 외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개인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선거자금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폴리티컬머니라인이 지난 5년간 상.하원 의원 약600명이 한 5천410건의 여행 내용을 분석한 결과 880만달러는 자금원이 공개되지 않는 면세대상 단체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440만달러는 노조들로부터, 200만달러는 기업들로부터 나왔으며 가장 많은 돈을 낸 단체는 교육진흥단체인 애스펜 연구소로 모두 290만달러를 지원했다. 개인별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의원은 제임스 센센브레너 하원 법사위원장(공화)으로 19회 여행에 16만8천달러를 받았으며 여행지는 아시아와 걸프 지역 및 유럽이었다. 여행 횟수가 가장 많았던 의원은 해럴드 포드 하원의원(민주.테네시)으로 총 63회를 기록했으나 모두 국내 강연 여행으로 지원받은 액수는 비교적 적은 6만1천달러에 그쳤다. 파문의 핵심인 딜레이 의원은 총 14회 여행에 9만4천568달러를 받아 액수로는 의원중 28번째, 횟수로는 114번째를 기록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이 3천25회, 공화당이 2천375회, 무소속이 10회 경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가운데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26일 윤리 논쟁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 것을 우려한 의원들 사이에 여행과 공적 활동 경비를 말썽없이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철저한 조사가 있을 것을 예상한 일부 의원들은 직원들의 여행을 대폭 제한하는가 하면 일부는 아예 워싱턴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있을 정도. 기자들과 야당 의원들이 딜레이 의원의 재정 기록을 뒤지고 과거 로비스트들과의 관계를 캐고 다니는 한편에서 다른 의원들은 해묵은 식당 외상값을 갚고 누락한 경비지출 기록을 채워 넣고 잘못된 숫자들을 바로잡는 등 행여 발목이 잡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공화)은 자신이 지난 2003년 기금 모금행사에서 16명이 먹은 음식값 1천846달러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워싱턴의 식당 시그니처에 지시했으나 식당 측이 대금 청구를 하지 않은 사실을 최근에야 발견했다고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보고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지도자의 한 보좌관은 2004년 한국 방문 사실을 최근까지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이에 관해 문의를 하자 9천87달러의 소요경비 내역을 보고하고 하원 윤리위원회에 편지를 보내 "이같은 형식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변명했다. 닐 애버크롬비 하원의원(민주.하와이)은 `롤 콜'이라는 신문이 2001년 한 로비회사가 자신의 보스턴 여행 경비로 1천782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하자 자신을 연사로 초청한 비영리단체가 이를 환급했다며 하원 윤리위에 자신을 직접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 보좌관들은 지난 1월 당의 노선으로 채택된 윤리 규정을 철회하거나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25일 처음으로 시인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그러나 4~5명의 민주당 고위급 의원들이 관련된 사례들도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민주당에 돌리려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