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에는 육상 트랙이 없다(?).' '올림픽의 성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 '1번 기초 종목' 육상과 5년째 인연을 맺지 못한 채 스포츠 메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은 신임 신필렬 회장이 지난 2월 취임하면서 '서울에서도 육상 대회를 열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모아봤지만 '여건상 절대 불가'라는 참담한 내부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 모인 육상인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잠실 트랙은 공인도 받지 못한 채 버려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잠실주경기장 트랙은 2001년 6월4일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요청으로 육상연맹의 공인을 받았다. 또 그해 공인 직후 엘리트 선수들만 출전하는 제55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가 새로 깔아놓는 우레탄 트랙에서 열렸다. 하지만 그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4년 간 서울에서 육상 경기는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각종 행사는 총 324건. 이중에는 마라톤이 몇 차례 있었지만 다른 체육 행사는 없었고 공연, 종교집회, 자선행사 등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도 휴면기를 끝내고 이달들어 4건의 행사가 열렸고 앞으로도 줄줄이 크고작은 행사가 잡혀있지만 육상은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다. 신필렬 회장은 지난 주 종별육상 현장에서 "잠실에서는 육상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라며 의아해했다. 잠실주경기장이 철저히 버려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숙박 문제 때문. 육상연맹 김정식 경기팀장은 "4년 전 공인을 받았기 때문에 경기를 하는 데 하자는 없다.단 전국 규모 대회가 열리면 선수들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송파, 잠실 지역에 수많은 숙박업소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용료가 지방에 비해 비싼데다 대다수 업소가 러브호텔촌으로 형성된 터라 단체 학생 투숙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 여기다 육상인들의 미온적인 인식도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육상인들은 잠실 트랙의 공인 여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당연히 육상은 지방 경기장에서 하는 종목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다. 잠실주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육상 경기가 열린 건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체육시설인데 육상 경기를 한다면야 우리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육상연맹을 방문해 잠실주경기장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협의를 해보자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다음달 주경기장 1층 데크에 인라인스케이트 코스를 오픈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 외에 스포츠시설로서 잠실주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은 여전히 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 규모 육상대회는 각 시.도의 신청을 받아 개최지를 정하지만 서울시 역시 지난 4년 간 한번도 신청서를 낸 적이 없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