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허용된 낙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터넷으로 낙태시술이 가능하다며 임신부의 병원 방문을 유인했다면 실제 낙태시술을 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처벌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21일 낙태시술 결과 산 채로 태어난 태아를 살해하고 인터넷 상담을 통해 낙태시술을 해주겠다며 환자를 유인한 혐의(살인 및 의료법 위반 등)로 기소된 의사 박모씨에게 환자 유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인이 거부해야할 의료행위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경우도 의료법상 금지된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법상 허용된 낙태가 아님에도 시술을 해줄 수 있으니 빨리 병원을 방문하라고 권유하고 병원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인터넷 상담게시판의 질문과 답변 내용을 좀더 자세히 심리해 피고인이 위법한 의료행위의 시술을 확언함으로써 환자를 유인한 부분이 있는지 가려냈어야 했다. 그럼에도 막연히 의료상담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1년 2월 석모씨의 의뢰에 따라 임신 28주의 태아를 낙태시켰으나 낙태된 태아가 울음을 터뜨리자 주사기를 태아의 심장에 꽂아 살해하고 1999년 4월부터 2001년 7월까지 57차례 불법 낙태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또 인터넷 홈페이지에 병원 위치와 전화번호를 올려놓은 뒤 상담 게시판을 통해 낙태상담을 해준 임신부에게 33회에 걸쳐 낙태를 유인한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2심 법원은 상담행위라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모자보건법은 ▲부부중 한쪽이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임신이 지속되면 임산부의 건강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예외적으로만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