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사람이 위협받는 다급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급출발하다 비교적 경미한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면 이는 위법성이 없는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행위여서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21일 이모씨가 승용차에 탄 자신의 옛 애인 박모(여)씨를 붙잡기 위해 차량을 제지하자 그대로 출발해버려 이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승용차 운전자 조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상해 사실을 알았더라도 박씨가 처한 상황의 위험성, 이씨가 다친 경위 및 상해 정도, 당시 피고인은 현장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적었다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의 도주행위는 긴급피난에 해당,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씨는 2003년 5월 박씨를 집 앞에 내려준 뒤 되돌아가려는 찰나 박씨가 다급하게 "출발하라"며 다시 차에 타고 곧 이어 이씨가 차를 세우려고 운전석 앞부분을 잡으려고 하자 그대로 출발해 이씨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특가법상 도주차량)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500만원,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씨는 옛 애인이었던 이씨로부터 "같이 살지 않으면 가족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왔으며 사건 당일에도 조씨의 차에서 내린 직후 이씨를 발견하자 도망가기 위해 다시 차에 타려는 과정에서 상해가 생겼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