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세무조사로 잡는다지만‥] 이중마진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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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가를 과다 책정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최근의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고(高)분양가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정부의 세무조사가 강남 재건축에 국한되지 않고 분양가가 비싸다고 인정되는 전국의 모든 분양현장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분양가 행진이 업계의 폭리 취득 때문이 아니라 택지의 독과점 공급구조와 외환위기 이후 기형적으로 생겨난 이중마진(이윤)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시행사(부동산개발회사),건설업체,재건축.재개발조합 등을 고분양가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비싼 값에 독점 공급되는 택지
지난 2003년 이후 전체 공급택지 중 공공택지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정부 산하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지방자치단체 등이 택지 공급을 독과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공공부문에서 택지 공급권을 틀어쥐고 있다보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독과점 시장에서는 원가 및 비용절감 노력이 반감되는 병폐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들어 택지개발지구의 땅을 수용하면서 원주민들에게 시가에 가까운 값에 보상함으로써 아파트의 원재료인 땅값을 크게 올려놨다.
경기 파주를 예로 들면 교하지구는 평당 3백만원대에 아파트부지가 공급됐지만 인접한 파주신도시에선 평당 6백만원대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민간부문이 공공부문과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민간의 택지 공급을 억제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중마진 구조도 분양가 올려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체들이 부채비율 제한에 묶여 직접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분양하는 자체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것도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다.
이런 약점을 이용해 시행사들이 대거 등장,이른바 '땅작업'을 통해 택지를 확보한 뒤 이에 마진을 붙여 시공사(건설업체)에 넘기는 새로운 택지 유통경로를 만들어냈다.
시공사들도 시공마진을 남겨야 하는 만큼 결국 1개 택지에 복수의 공급 주체가 마진을 챙기는 이중마진 구조가 생겨나면서 분양가는 그만큼 올라가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건설업체에 한해서만큼은 부채비율 규정을 완화해 자체 사업의 숨통을 틔워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담합행위와 과도한 수주경쟁도 한 몫
건설업체들은 단순 도급공사만 수행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 분양가 담합을 통해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수십억원의 돈을 뿌리고 앞다퉈 조합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그 부담을 일반분양가에 떠넘기고 있다.
○주변시세와 서로 상승작용
분양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고분양가→주변 아파트값 상승→분양가 재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고착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전용면적 25.7평 초과 택지지구 아파트에 채권입찰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인근 분당신도시뿐만 아니라 강남권의 중대형 아파트값까지 급등하고 있다.
또 지난달 분양된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아파트 '파크타워'의 일반분양가가 평당 2천만원대로 책정되자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시티파크 분양권값도 1억원 안팎 올랐다.
조성근·이정호·송주희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