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근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취함으로써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아시아 이웃국가들과 반목을 빚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최근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확보, 군사력 확대, 역사교과서 왜곡, 동중국해 천연가스전 개발 등을 두고 중국과 심한 마찰을 빚고 있고, 한국과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이어 독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러시아와도 쿠릴열도 영유권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고, 북한에는 경제제재를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일본 정부가 아시아 국가들과 이해가 걸린 사안들에 대해 불화를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목청을 한껏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게이오 대학의 국제정치학 교수인 이케이 마사루는 "과거 일본은 외교문제에서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일반 대중도 정부의 정책을 `너무 미온적'이라 비판하고 있다"고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의 이 같은 강경한 자세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지위에 맞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을 통해 경제 번영을 누리면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국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속셈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을 버렸다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도쿄 와세다 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야마모토 다케히코는 "철학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민족주의가 일본의 외교정책을 이끈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내 유권자를 의식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적으로 아시아 인근국들과는 전면전을 택한 대신 일본은 유럽, 특히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는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 대학의 로널드 모스 일본학 교수는 "국방문제에서 유엔..그리고 일본의 전후 정책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하는 그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냉전 시기에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아시아의 보루로서 일본을 필요로 했다. 소련의 붕괴 이후에도 미국은 일본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고, 일본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모스 교수는 "환경, 이라크 파병, 미군기지 재편, 쇠고기 수입, 불법 성매매, 대만 등 여러 사안들을 두고볼 때 일본의 외교정책은 모두 워싱턴의 작전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이런 식으로 외교정책을 계속 끌고갈 경우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일본이 유엔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으려면 중국의 지지가 없이는 곤란하다. 에너지가 부족한 일본은 시베리아 가스관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 또 국제핵융합로 유치전에서 유럽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한국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야마모토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가려면, 일본은 유엔 상임이사국 자리나 핵융합로 프로젝트를 따내려는 야망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도쿄 A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