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한 선비가 일족을 이끌고 낙향해 연기군 남면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기울어가던 고려왕조에 충성을 다하고 역성혁명을 꿈꾸는 세력을 멀리하기 위해서였다. 그후로 6백50년이 흘렀다. 행정도시 예정 지역에는 고려 말 전서를 지낸 임난우 이후로 6백50년의 역사를 가진 부안 임씨 집성촌이 있다. 남면 양화리와 월산리를 중심으로 7백여호,1천9백62명이 모여 있다. 예정지역 거주 인구 9천8백명 중 이들의 비중은 21%에 이른다. 올해 12월 보상이 시작되면 이들은 자신의 몸은 물론 1만여기에 이르는 조상의 묘까지 옮겨야 한다. 대대로 지켜온 삶의 터전이기에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이들의 반대는 거세다. 종친회 차원에서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몇 차례 가졌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행정도시건설 관련 구역이 확정되면서 집성촌 주민들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남면 월산리 주민 임상철씨(79)는 "아쉽고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용의 뜻을 비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u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