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평택항 개발,국제평화신도시 건설,경부고속철도 역사 설립,동서고속도로 개통,수원~천안간 전철역 개통 등 개발 호재가 겹겹이 쌓인 평택.그러나 평택의 부동산시장은 올 들어 차분한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토지거래가 올 들어서는 뚝 끊겼다. 개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땅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투기지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기대감에 매물 자취 감춰 "완전히 아웃입니다."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거래가 없으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푸념. 그는 "이미 팔릴 만한 건 다 팔렸죠.좋은 게 나와도 금방 나가고…매물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올해 말 개통될 예정인 지제역사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근 신성공인 안경옥씨는 "하루에도 4,5통씩 문의 전화가 오지만 적당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호재가 겹치면서 땅주인들의 기대감이 높아져 매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거래는 끊겼지만 호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덕면 쪽 도로와 인접한 관리지역은 평당 1백만원선,이면도로는 평당 50만~60만원선에 호가가 형성되어 있다. 안씨는 "50만원선이 적정하다 싶은 곳인데도 90만원씩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아예 지금은 팔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혀를 찼다. ○'어디가 개발되나' 소문만 무성 개발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매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5백만평 규모에 20만명의 인구를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내세운 '국제평화신도시'의 경우 후보지 선정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경부고속철도 역사도 두세 군데 후보지만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가 개발될 것"이라는 설(說)만 무성하다. 이충동 행복공인 고영미씨는 "괜히 오른 값에 땅을 샀다가 수용되는 낭패를 당할까 투자자들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말조심하고 산다" 각종 개발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미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대추리 일대는 '미군기지 이전 결사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청북신도시 예정지인 옥길리 입구에도 '토지공사·주택공사 사람은 발을 들이지도 말라'는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다. 인근지역 땅값이 급등해 보상을 후하게 받는다고 해도 '대토'를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추리 주민 이창구씨(78)는 "땅 한 평 팔아 한 평을 사야 하는데 지금은 값이 올라 반 평도 못 사는 상황인데 어떻게 땅을 내놓겠느냐"고 토로했다. 팽성읍 일대 농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평당 3만~4만원선이었으나 지금은 10만~1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각종 개발호재를 반기는 주민들도 상당수다. 안정리의 한 식당 주인은 "평택은 그동안 너무 소외됐다"며 "침체된 지역 경제를 생각하면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명수씨(37)도 "반대하는 주민은 소수다.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평택 전체가 살아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자기 의견을 쉽게 내비치지 않는다. 토지 수용지역과 관리지역이 섞여 있는 함정리 주민 최모씨는 조심스레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니까 말조심하고 산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평택=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