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조난시 자동으로 선박의 위치 등을 알려주는 비상용 무선위치표시기(EPIRB.Emergency Position Indicating Radio Beacon)의 조난신호 송출 중 93%가 오작동에 의한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4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경찰청 위성조난수신소가 수신한 조난 신호 277건 중 258건(93%)이 기기 결함에 의한 오발신이거나 승무원의 취급 부주의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경 경비정이 불필요하게 긴급출동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조난 신호 오작동이 해경의 해상 경비활동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작동이나 취급부주의에 의한 조난신호 오발신 외에도 실제 조난사고 발생시 EPIRB가 작동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8일 전남 소흑산도 서방 150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화물선 선크로스호에서는 ERIRB가 작동하지 않아 구조활동이 지연되면서 한국인 9명을 비롯, 12명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지난 1월 31일 오전 제주 마라도 남서쪽 165마일 해상에서 어선 신화호도 '기상이 악화돼 여수로 귀항하겠다'는 어업통신국과의 교신을 마지막으로 실종됐지만 조난신호가 송출된 적이 없어 우리 어민 11명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PIRB는 선박이 조난당해 침몰하게 되면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선체에서 이탈돼 수면으로 부상, 위성을 통해 선박의 위치, 선박 제원, 선사 및 연락처 등을 위성을 통해 알리는 것으로 300t 이상의 화물선, 길이 24m 이상의 어선은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장비다. 해경은 EPIRB 신규 장착이나 교체시 또는 공인검사단체의 기기 점검 중 장비기사들의 취급 부주의로 인해 오발신 사례가 많다고 보고, 제작.관리업체와 공인 검사단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EPIRB 관리.운영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EPIRB 배터리 유효기간 준수와 정품 배터리 사용 여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조난사고시 조난신호를 발신하지 못하는 사례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