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주도 연합군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함락 2주년을 맞은 9일 이라크 전역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가 열려 미군 철수를 촉구했다. 지난 1월 30일 총선 이후 최대 규모인 이날 시위는 수도 바그다드와 수니파 삼각지대 도시 라마디 등에서 진행됐고 시위와는 별도로 이라크 곳곳에서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시위상황 = 바그다드에서는 2년전 사담 후세인 전대통령의 동상이 크레인으로끌어내려졌던 피르두스 광장 주변에 과격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추종하는 시아파 시위대 수만명이 몰려나와 반미 구호를 연호했다. 시위대는 바그다드 사드르 시티 구역에서 피르두스 광장으로 행진하면서 "테러 반대", "미국 반대", "점령군은 우리나라를 떠나라", "사탄은 물러가라" 등 반미 및반서방 구호를 외쳤고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사담 후세인의 사진을 불태웠다. 일부 시위대는 전깃줄을 몸에 감은 벌거벗은 이라크 포로의 사진을 들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악명높은 학대사건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날 시위 경비에 나선 이라크 경찰은 바그다드 중심도로와 티그리스 강의 주요교량 2곳을 차량으로 순찰했고, 미군은 멀리서 시위를 지켜봤으나 별다른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 규모는 알-사드르 측이 촉구한 100만명에는 훨씬 못미쳤지만 지난해 8월알-사드르 측의 무장조직 마흐디 민병대가 미군과 휴전에 합의한 후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알-사드르가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라크 관리들은 알-사드르는 경호 문제로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성지 나자프의 자택에 칩거 중이라고 전했다. 수니파 지도자들도 대규모 시위를 촉구, 이날 라마디에서 5천여명이 모여 반미,반외세 시위를 벌였다. 수니파 최고 권위기구인 이슬람 학자회의의 셰이크 하스 알-다리 사무총장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에서 알-사드르 추종 시아파들의 집회와 수니파들의 집회를 모두 칭찬하면서 "조국이 점령 2년을 맞아 이라크 국민들에 의해 조직된 시위가 있었다는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8일 금요 아침 설교에서 연합군이 "이라크 국민을 매일 죽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당장 떠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철수 일정을 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건 사고 = 미군주도 연합군으로부터 치안권을 점차 이양받고 있는 이라크 군ㆍ경에 대한 공격이 잇따랐다. 북부 모술에서는 9일 경찰 순찰차량 옆에서 차량 폭탄이 터져 경찰관 최소 2명이 숨지고 민간인 13명이 부상했다. 와테크 알리 니네베주 경찰차장은 차량 폭탄은 자신을 암살하려던 것이지만 자신은 무사하다고 전했다. 모술에서는 또 무장괴한이 귀가하던 경관 1명에게 총을 쏴 살해했으며, 8일에는미국 CBS 방송 기자증을 소지한 이라크인 카메라맨이 미군에 붙잡혀 테러활동 연루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바그다드 남쪽 30㎞ 지점의 라티피야에서는 8일 괴한들이 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이라크 병사들을 총격, 15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티피야에서는 또 무장괴한들이 버스에 총격을 가해 최소 5명이 숨졌고 일부에서는 희생자들이 사복차림의 이라크 경찰이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정부 조각 움직임 = 지난 7일 이라크 새정부 총리로 임명된 시아파의 이브라힘 알-자파리 총리는 8일 내각 구성을 시작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날 치안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협상담당자들이 각 정파와 정부 요직 인선을 위해 공동으로 일하고 있다며쿠르드족 출신이 외무장관, 시아파 최대연합정파인 유나이티드 이라크 연맹(UIA) 인사가 치안을 담당할 내무장관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 시절의 치안과 현재의 치안 개념이 다르다며 현재 치안 개념은 통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 공장, 상점 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자파리 총리는 이날 톰 오스본 미 하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의 예방을 받기도 했다. (바그다드 APㆍ신화=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