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올해를 과학수사의 원년으로 선포한 가운데 과학수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자리인 과학수사 포럼이 7일 대검찰청에서 대검 과학수사과 주최로 첫 개최됐다. 각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검찰은 진술분석, 디지털 증거분석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소개하면서 수사과학화는 사회 전체가 관심을갖고 지속적 투자가 이뤄질 때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4일 취임후 외부행사에 첫 모습을 드러낸 김종빈 검찰총장은 개회사에서 "검찰의 지향점인 전문화·과학화·투명화된 선진검찰은 수사과학화를 통해 구현될 수 있고 이를 위해선 수사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종률 대검 과학수사과장은 ▲수사시스템 혁신을 통한 수사패러다임 전환 ▲범정부적 과학수사발전위원회 구성 ▲과학수사 연구 네트워크 구축▲과학수사의 집중투자 및 벤처기업 육성 등 네 가지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다음은 발제자들이 제시한 분야별 수사과학화 추진현황 및 발전방향. ◆진술분석(이미선 대검 과학수사과 인턴)= 수사단계의 진술조서를 바탕으로 진술자가 구사하는 언어를 면밀히 분석, 심리를 파악하는 기법이다. 대검은 심리학 전공의 석사 출신 인턴 요원을 채용, 한국적 실정에 맞은 기법을 개발 중이다. 일례로 남편이 죽은 부인에 대해 `아내', `집사람'이라는 표현 대신 `사망자'라고 표현한다면 아내와의 불편한 관계를 속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아동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아동의 세부내용에 대한 묘사량이 많을수록 진술이진실에 가깝고 아동이 구사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다면 진술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일단 살인·방화·뇌물·마약 등 5개 범죄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언어.사회 환경에 맞은 분석기법을 개발, 필요할 경우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제출하는 등 수사실무에 활용할 계획이다. ◆디지털 증거분석(정종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수사관)=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남아 있는 데이터를 분석, 범죄행위를 증명하는 작업이다. 검찰은 작년 초 하드디스크 복구를 위해 자체 개발한 디지털증거분석시스템을사용하고 있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계좌 흐름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내는 자금거래추적 보조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는 등 장비의 첨단화를 추진중이다. 앞으로 디지털 증거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 증거의 무결성을 높이기 위해 증거가 수집 단계에서 법원에 제출되기까지 훼손 및 변경이 없었음을 증명하는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유전자감식(이승환 대검 유전자감식실장)= 최근 강력범죄는 단서를 찾기가 어려운 사건들이 늘고 있어 특정 범죄자에 대해 유전자 감식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법안을 마련, 법무부에 제출해둔 상태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발생사건 검거율이 23%인 반면 감식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이뤄진 사건의 검거율은 43%에 달했다. 특히 2001년 감식과정의 자동화 기반을 마련한 이후 처리건수가 2배 이상 늘고 전체 검사가 사흘안에 완료돼 인력과 시간의 절감을 가져온 것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거짓말탐지기 신뢰제고(정재영 대검 심리분석실장)= 측정기계의 성능개선이나측정실 시설정비 등 검사환경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검사자의 자질이다. 일례로 질문은 간단명료한 단문으로 구성하되 법률적인 용어를 사용해선 안되지만 일선에서는 "강간했나요", "협박한 사실이 있나요" 등 부적절한 질문을 구성하는사례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검찰은 작년 10월 내부통신망인 `e-프로스'에 검사관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검사관이 피조사자를 조사하기 전에 질문지와 차트를 올리면 경력이 많은 검사관이 이를체크하는 등 검사관 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또 축적된 자료를 죄명별로 세분화, 사안에 다른 질문작성법이나 조사결과 해석등 성공사례집을 발간하고 검사관 윤리강령과 검사표준을 제정, 정형화된 규범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