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영혼의 방황을 그린 우울한 희화적 소설들로 현대미국문학의 한 기둥으로 꼽혀온 작가 솔 벨로가 5일 타계했다. 향년 89세. 벨로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월터 포즌은 벨로가 최근 건강이 쇠퇴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정신이 놀랍도록 맑았다"고 전하고 벨로가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에 있는 자택에서 숨질 당시 부인과 딸이 곁을 지켰다고 말했다. 벨로는 버나드 말라무드, 필립 로스, 신시아 오지크 등 2차대전 후 떠오른 신예유대계 작가군에 속하는 인물로 미국 문학에 이민자 특유의 활기와 지적 탐색, 낭만주의자다운 고상한 관념을 불어 넣은 작가로 꼽힌다. 필립 로스는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20세기 미국 문학은 윌리엄 포크너와 솔벨로라는 두 개의 등뼈로 지탱돼 왔다. 그들은 20세기의 허먼 멜빌이자 너대니얼 호손이고 마크 트웨인이었다"고 찬양했다. 벨로는 전국도서상을 세차례 탄 첫번째 작가로 1954년에는 `오기 마치의 모험'으로, 1965년에는 `허조그'로, 1971년에는 `새믈러씨의 혹성'으로 각각 수상했다. 1976년에는 `훔볼트의 선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의 공로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 그는 80대 들어서도 집필을 계속, 1997년에 `사실'(The Actual)을, 2000년에는 친구였던 앨런 블룸의 삶을 토대로한 `레이블스틴'을 발표했다. 그러나 작가 노먼 메일러는 `오기 마치의 모험'을 "소심한 지식인의 여행담"이라고 평가절하했고 오랜 친구였으나 훗날 절교한 평론가 앨프리드 케이진은 벨로가 "하층계급을 경멸하는 대학 속 지식인"이라고 비판했으며 전기작가 제임스 애틀러스는 벨로가 "불안한 자아상을 보상하기 위해 굴종적인 여성들에게 끌린" 인물이었다고 비난하는 등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엇갈렸다. 그는 생전에 다섯차례 결혼, 아들 셋을 두었고 84세 때 딸을 얻었다. 러시아계 이민의 아들로 캐나다 몬트리올 외곽에서 태어난 그의 원래 이름은 솔로몬 벨로우스였으나 1940년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성과 이름을 줄여 사용했다. 시카고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했던 그는 1993년 생애 대부분의 터전이었던 시카고를 떠나 보스턴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뉴욕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