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장중 한때 9백40원선까지 붕괴되는 등 '원·엔 디커플링(탈동조화)'현상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엔 환율 '미끄럼'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원·엔 환율은 지나치게 낮다"고 우려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백엔당 9백33원23전까지 하락했다. 지난 98년 8월28일(9백30원40전) 이후 최저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오후들어 9백40원85전까지 상승,간신히 9백40원선은 지켜냈다. 하지만 연초(1월3일 1천10원42전)와 비교하면 69원83전(6.9%)이나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년간 유지됐던 원·엔 교환비율 '10대 1'이 완전히 깨지고 '9대 1'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유력 경제신문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ABN암로 모건스탠리 UBS 등 유력 투자은행들은 올해 동아시아 각국 통화의 달러화에 대한 환율 하락폭이 엔·달러 환율 하락폭보다 클 것으로 예상했다"며 "원화 등 일본 외 동아시아 통화와 엔화는 디커플링 양상을 띨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화와 엔화 간 디커플링이 심화되는데 대해 국내 외환전문가들은 우선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최근 주춤하는데 반해 국내 경기는 회복 조짐을 보이는 등 양국의 경기상황 차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달러화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에선 수출업체들의 매도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크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딜러들 "크게 신경 안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진우 농협 금융공학실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 한국은 수출에서 일본보다는 중국과 부딪치는 부분이 많다"며 "외환딜러들도 원·엔에 목을 매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오히려 원·엔 환율이 낮아지면 일본에서의 자본재 수입 가격이 하락하고 엔화 대출을 쓰는 업체들도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원·엔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 관계자는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2003년과 비교하면 약 10% 정도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셈"이라며 "대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일 만큼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 가격이 하락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원·엔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감소는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