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대세 상승국면'이라는 외환당국의낙관론과 달리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0일 사흘연속으로 장중 1천원이 붕괴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1천원을 사수한 끝에 상승국면으로 돌아서 지난달 30일 1천23.60원까지 올랐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당국자들도 환율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왔다. 그러나 1천20원대로 올라선 환율이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 31일 1천15원대로 밀려난 후 1일에는 1천10원마저 붕괴되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1천8.00원까지 주저 앉았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환율 하락세가 진정됐다고 언급한 것과는 외견상 판이한 모습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3-4월중에는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으나 최근의 환율흐름은 당국자들의 낙관론에 좀처럼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환율이 최근 이틀간 15원 이상 급락한 것은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세가 워낙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체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월말자금수요 때문에 대거 환전해가면서 환율이 맥없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월말 요인은 다음주중에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환율의 추가하락을 우려할 것까지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환율 하락의 또 한가지 요인은 총 4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외국인 주식배당액의 해외송금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외국인 주식배당금이 달러매수세로 등장하면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달러를 대거 사들였으나 기대와 달리 배당 송금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실망매물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외환딜러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어우러져 이틀간 급락세가 이어지기는 했으나 다시 1천원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듯 하다. 일단 미국이 계속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점과 경상수지 흑자폭이 다소나마 줄어들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작년말과 같은 환율 급락세가 재연되지는 않을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이정욱 과장은 "일본경제가 부진하고 미국금리의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환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의 양상은 일시적이며 1천원이 다시 깨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이 107엔까지 오른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만 하락, 원/엔환율이 7년만에 최저수준인 100엔당 93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이러한 환율이 바닥수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다시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김대호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