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일 자폐증을 앓는 한청년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씨를 만났다.


이날 만남은 배씨의 어머니 박미경씨가 지난달 노 대통령에게 e-메일을 보내 면담을 요청한데 이어 지난달 5일 영화 `말아톤'을 보고 감동을 받은 노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수락해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겸해 이뤄진 1시간30분간 만남에는 대통령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도 참석했으며, 배씨의 어머니 박미경씨, 배씨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박경미씨, 배씨의 취업처 사장 최병채씨, 배씨의 마라톤 페이스메이커 박병대씨 등이 함께 했다.


오찬장에 들어선 노 대통령은 배씨에게 "착하게 생겼구나.

100만불짜리 다리를좀 보자"고 말을 건네면서 배씨의 다리를 만져본 뒤 "마라톤을 잘하는 다리는 너무굵지 않아도 되는군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권 여사는 배씨가 오찬에 앞서 약 40분간 청와대 경내를 관람한 사실을 떠올리며 "청와대 구경은 잘했니", "무엇이 좋았느냐"고 물었으며 배씨는 "좋았어요", "사진을 많이 찍어서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배씨가 마라톤이 끝난 뒤 즐겨 먹는다는 자장면이 제공된 오찬에서는 주로 상춘재 건물, 배씨의 철인경기 최연소 출전, 장애아동을 키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장애인 정책 등이 화제에 올랐다.


특히 배씨의 어머니는 "어떤 집은 장애아동 1명을 키우기 위해 많은 경우 한달에 500만원이 든다"며 장애아동 가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우리가 2만불, 3만불 선진사회로 가자고 하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사회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 가정적 장애를 사회가 함께 부담하면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라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장애인 정책에 관한 대화가 이어졌으며 노 대통령은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지만 장애인 정책의 경우도 현장에 맞는, 실정에 맞는 정책을 집중 개발해 구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적응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으며 배씨의 어머니는 "많은 도움이 되는데 아무래도 신체 장애자보다 정신지체 장애자에게는 도움이 좀 약하다"고 답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배씨가 근무중인 악기부품조립 회사의 사장 최병채씨에게 회사운영상 애로점을 묻고 "지난해 장애인들이 작업하는 곳을 가봐야 하는데 못갔다.


올해는 꼭 시간을 내서 장애인 직업훈련장과 작업장을 찾아보겠다"며 "장애인 정책이 쉽지 않은 분야라서 진척이 잘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배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쓴 「형진아」라는 제목의 책에 `행복하세요'라는자필 사인을 곁들여 노 대통령에게 선물했으며 노 대통령은 답례로 배씨에게는 시계를, 어머니 박씨에게는 찻잔세트를 선물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