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의 이사 재신임 문제를 둘러싸고SK와 소버린자산운용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인 지 열흘만에 SK 주식 100만주가장내서 자전거래돼 매도 주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2분께 메릴린치창구에서 모건스탠리창구로 SK 주식 100만주가 대량 매매됐다. 매매 주체가 모두 외국인으로 알려지면서 주총에서 `패배'한 소버린이 차익실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소버린이 아직 `철수'를고려할 시점은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소버린이 팔았다면 손실이 더 커" 우선 SK 주식 1천902만8천주(14.85%)를 보유중인 소버린이 100만주를 매각함으로써 얻게되는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크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만약 이날 매도가 대주주인 소버린이 `팔자'에 나서는 신호탄이라면 앞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를 불러일으켜 주가 하락은 불보듯 해지고, 이에 따라 소버린도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날 매도분을 제외한 잔여주 1천800만여주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소버린을 매도 주체로 간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박대용 애널리스트는 "소버린이 물량을 떨어내기 시작한 것으로 시장에서 해석될 경우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하다"면서 "소버린을 매도주체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이을수 애널리스트는 "소버린이 대량 매각하면 수급 불안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버린의 매각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대신경제연구소 안상희 애널리스트는 "소버린이 팔려고 했다면 100만주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날 대량의 자전거래가 이뤄진 매수도 창구도 소버린과 연결짓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버린은 주로 도이치증권을 매매창구로 이용해 왔다고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전했다. 소버린이 설령 SK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석유정제업황 호조에 따라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한 현 시점에서 굳이 물량을 쏟아낼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설득력을얻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진우 애널리스트는 "고유가에 따라 석유정제업황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SK가 올해도 지난해처럼 견조한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박 애널리스트는 "소버린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던 가장 큰 이유는주가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고, 대신경제연구소 안 애널리스트는"소버린의 SK에 대한 목표주가는 8만∼9만원대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버린이 최근 2년간 주총에서 연거푸 최태원 회장의 이사 선임을 저지하지 못함에 따라 서서히 차익실현 시점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주총에서 패한 뒤 인수.합병(M&A)이 물거품이 됐고, 주가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감소함에 따라 소버린이 부분적으로 차익실현을 위해 물량을 돌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버린측 "SK지분 15% 넘길 계획 없어" 반면 100만주를 소버린이 매수했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소버린의 SK 지분 확대가 SK의 SK텔레콤에 대한 지위 축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법은 SK텔레콤 등 통신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을 49%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넘길 경우 초과부분은 강제 처분된다. 현재 SK는 `내국인' 신분으로서 SK텔레콤 지분 21.4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단일외국인인 소버린이 SK 지분을 15%이상 보유하게 되면 SK가 `외국인' 신분으로 전환돼 SK텔레콤 보유 지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 만약 소버린이 이날 SK 주식 100만주를 사들였다면 지분율은 14.85%에서 15.63%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SK가 SK텔레콤 보유지분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소버린으로서도 원치않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소버린측 홍보대행사인 액세스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주식을 사들이면서부터 지분율을 절대 15%이상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SK 주가는 이날 장중 고공비행을 지속한 끝에 3.21% 뛴 6만1천원에 마감됐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