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으로 접어든 열린우리당 당권 경쟁이 후보들간 우열이 드러나고 유력 주자인 문희상(文喜相) 후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판세 우위를 점하려는 각 진영의 각축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 특히 중앙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3위를 차지한 문 후보와 유시민(柳時敏) 김두관(金斗官) 후보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략 마련에집중하고 있는 반면 6-8위를 점한 김원웅(金元雄) 한명숙(韓明淑) 송영길(宋永吉) 후보는 반전 모색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지율 21.7%와 20.5%라는 박빙의 차이로 4,5위를 차지한 장영달(張永達) 염동연(廉東淵) 후보도 당선 안정권 진입을 위한 지지층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42.8%의 여유있는 수위를 점한 문 후보측은 21일 "통합의 리더십으로 강한 여당을 이끌라는 표심이 확인된 것"이라며 대세론 확산에 자신감을 표시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교통사고로 이날 부산 TV 합동토론회를 시작으로 이어질 지역순회 토론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등 선거운동에 차질이 생겨 고심에 빠졌다. 문 후보측은 이날 토론진행자가 인사말과 맺음말을 대독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선관위가 다른 후보들의 양해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붙였으나, 김원웅 후보측이중립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들어 유일하게 반대를 표시했기 때문이라고 당 관계자가전했다. 이에 따라 문 후보측은 당분간 대리인 참석 등 대안을 마련하되 가능한 한 서둘러 문 후보가 부상을 딛고 일어나 3-4일 후에는 직접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후보들의 일부 신경전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미디어 토론과 홍보전이 판세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원웅 후보측과 반대로 유시민 후보측은 "문 후보가 대리인을 참석시키거나 해도 양해할 것이고 최대한 편의를 봐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각 후보 진영은 문 후보의 사고가 "대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안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후보들간 경쟁 구도가 이미 짜여진 상태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려던 일부 후보측은 그같은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맥빠진 토론회 진행 가능성을 우려했다. 유시민 김두관 장영달 후보 등 상위권 진영은 오히려 문 후보가 조속히 쾌유해토론에 참석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따라서 문 후보의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는 문 후보에게는 득과 실의 양면을 갖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자신을 더 많이 알리는데는 손실이지만, 유력후보인 탓에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마크를 당해야 하는 부담을 잠시 덜게 된 것은 플러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시민-김두관 후보는 참여정치연구회 `짝짓기'를 통해 개혁지도부를 만든다는 전략을 계속 밀어붙이고, 장영달 후보는 재야파 창구인 국민정치연구회소속 의원들의 종반 전력질주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면서 영남 약세를 보강하기 위해김두관 후보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용주의로 분류되는 염동연 후보는 문 후보와 함께 강한 여당을 위한 `패키지' 투표를 기대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송영길 후보는 `실용과 개혁 사이의 균형잡힌 중간 허리론'을, 한명숙 후보는 `여성 배제투표'를 강력 비판하는 것으로 종반선거를 치르기로 하고 미디어 토론에서 이같은 입장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