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지난 15일 열린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 개관식에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을 초청했으나 일본에 대해서는 역사 인식의 혼란 방지를 위해 초청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 인근에서 열린 야드 바쉠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식에 40여개국 지도자들을 초청했으나 "일본인은 명백히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세계 40개국 정상과 장관들이 참석한 이번 개관식은 지난 1995년 고(故) 이츠하크 라빈 총리 장례식 이후 이스라엘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국제적 행사였다고 FAZ는 전했다. . FAZ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강대국인 일본이 초청받지 못한 배경에대해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로노트'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히로시마와나가사키를 쇼와와 비교하려 일본이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쇼와는 홀로코스트를 지칭하는 히브리어다. 이러한 보도는 일본이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이면서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부각함으로써 마치 자신들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양 국제사회에 이미지를부각시키려 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의 이러한 역사 왜곡 시도로 인해 그동안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이 강조해온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유일무이성'이 희석될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낸것으로 해석된다. 유대인들은 무려 600만 명이 가스실 등에서 학살된 홀로코스트는 역사적으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는 범죄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독일 보수정당 기독교민주연합 소속의 한 하원의원은 홀로코스트를 옛소련 공산혁명 당시 일어난 학살사건과 비교했다가 "나치 독일의 범죄를 희석시키려는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받고 당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한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개관식에서 "이스라엘은, 유대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권력을 보유하고 다시는 홀로코스트를 겪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나치의 범죄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역사적, 도덕적 책임을 재차 다짐했다. 야드 바쉠 기념관은 이스라엘 건국 후 5년 뒤인 지난 1953년 히틀러 시대 유럽의 유대인이 겪은 공포와 나치 범죄를 되새기기 위해 설립됐다 이번에 개관한 역사박물관은 기존의 기념관 보다 4배의 규모로 새로 지은 것이며, 세계 각국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관들의 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