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신고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천200여명의 강제징용자 명단이 전남 곡성에서도 발견됐다. 전남 곡성군 입면에 사는 유순남(80.여)씨는 7일 일제 징용자 가운데 미군포로로 잡혀 하와이 수용소에 체류했던 한국인 2천200여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유씨는 남편 고 조남수(1918-1997)씨가 징용에서 가져온 명단을 간직해 오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일제 징용자 신고를 위해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25장 분량으로 한장당 약 100여명의 이름과 마을단위 주소까지 한자로 적혀 있다. 지역별로는 경상북도 출신이 760명으로 가장 많고 전라남도 698명, 전라북도 440명, 충청남도 170명, 경기도 83명, 평안남도 26명, 함경남북도 5명 등에 이르고 있다. 유씨는 보관 과정에서 겉표지 3장 가량이 뜯겨져 나갔다고 밝혔고 새로 만들어붙인 표지에는 '서기 1945년 제2차대전 당시 미군포로로 하와이수용소 재소자 중 한국귀환명단'이라고 적혀 있다. 유씨에 따르면 남편 조씨는 1943년 26세의 나이에 남양군도로 징용가 일본 군속으로 지낸 뒤 미군의 포로가 돼 하와이 수용소에서 지내다 1946년 초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징용자 명단은 최근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징용자 명단 등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의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남편이 징용에서 가져온 이 명단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켜왔는데 그이유를 몰랐었다"며 "이번 강제징용 피해자 신고 과정에서 이 명단에 적힌 사람들의한을 푸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곡성=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