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교훈으로 신설된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초대 국장으로 지명된 존 네그로폰테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65)는 1960년 국무부에 첫발을 들여놓은 뒤 베트남, 온두라스, 에콰도르 등 내전을 치른 국가에서 막후 협상, 비밀 군사작전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해온 베테랑 외교관이자 책략가이다. 베트남 주재 대사관 정치담당으로 근무할 당시 현지어에 능통해 헨리 키신저 전국무장관에 의해 막후 협상 대표로 발탁되는 등 일찍부터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았다. 그의 이러한 경력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정상화 작업을 현지에서 진두 지휘할 첫 이라크 주재 대사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낳았다. 그러나 온두라스 대사 시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니카라과 좌익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온두라스를 통해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고, 온두라스 군사 정권의 살인과 고문을 묵인한 전력이 그의 아킬레스 건이다. 지난 2001년 9월 유엔 대사로 임명되기 전 중남미에서의 활동이 문제가 돼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이 그의 전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등 6개월 간 인준이 지연됐으며, 이라크 주재 대사 임명을 앞두고도 국제 인권단체들이 저지 운동에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유엔에서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으로부터 "뛰어난 전문가이자 훌륭한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유엔 대사로서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이라크 비무장 결의안을 이끌어낸공로를 세웠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그가 지난해 4월 이라크 주재 대사를 맡은 지 10개월도 안돼 15개 정보기관의 업무를 조정하며 미국의 안보를 책임질 국가정보국장으로 발탁된 것은 다소 의외이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워낙 중요한 자리여서 부시 대통령은 네그로폰테가 제대로 해주길 바랬다"면서 "그는 전권을 갖고 일을 하게 될 것이며 대통령의전적인 신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회사를 경영했던 그리스계의 부유한 아버지를 둔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스위스,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세계 최고의 고등학교로 꼽히는 뉴햄프셔주의엑스터 아카데미와 명문 예일대를 나왔다. ▲ 영국 런던 출생 (1939년) ▲ 베트남 주재 대사관 정치담당 ▲ 온두라스 대사▲ 멕시코 대사 ▲유엔 대사 ▲ 이라크 대사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