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초고층 재건축 추진계획(조감도)이 구상 단계에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아 사실상 좌절됐다. 이에 따라 초고층 재건축을 재료로 올들어 5천만∼1억5천만원씩 급등했던 이 지역 아파트값도 제자리를 찾아갈 전망이다. 압구정동의 초고층 재건축은 법적으로는 불가능한 게 아니다. 이 지역의 대부분이 3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법적으로는 층고 제한이 없다. 따라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강남구가 제출한 개발기본계획변경안을 받아들이면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에서 법적·제도적으로 이를 막으면 초고층 재건축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 한강변 아파트값 폭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결정을 쉽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실적으로도 초고층 재건축에는 많은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다. 아직 건물이 튼튼해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통과 여부부터 장담할 수 없다. 또 전체 재건축 건립 가구 수의 60%를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짓도록 돼 있는 소형평형의무비율제 때문에 주민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평수를 늘려갈 수 없는 주민이 많은 데다 부자 동네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없어서다. 16일 강동석 건교부 장관의 '초고층 재건축 불허' 방침 발언으로 급등하던 이 지역 집값도 급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날까지만 해도 압구정동 현대,한양,미성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없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실정이었다. 부동산마다 매수자가 수십명씩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다. 압구정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을 불문하고 사달라는 매수자가 20명 이상 밀려있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압구정동의 영향을 받아 최근 3천만~4천만원가량 집값이 급등한 강남구 청담동과 서초구 잠원동 등 강남권의 다른 한강변 아파트들의 가격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의 발언으로 매수세가 순식간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는 초고층 재건축 추진설과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값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해 최저점보다 1억∼2억원,지난해 연말보다는 5천만∼1억5천만원이나 단기 급등했었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17일 발표되는 판교 투기대책과 맞물리면서 강남 집값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