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다는데 우리도 깎아야죠.' 봄 이사철을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셋값 실랑이가 한창이다. 그동안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주변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가격 후려치기'에 나선 세입자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너도나도 "그동안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다던데 깎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셋값을 1천만원 이상 내려달라는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 매매시장과 같이 전세시장에서도 세입자들이 우위에 선 풍경이다.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선 주머니 사정도 사정이려니와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이사철을 앞두고 끙끙 속앓이하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전세를 끼고 새 아파트를 장만한 사람들의 고민은 더하다.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믿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른 후 기다렸지만 가격상승은 고사하고 전세금만 깎아주게 생겼다. 경기도 평촌의 H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김모씨는 "오는 3월 계약만기를 앞두고 세입자가 1천만원이나 깎아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새 세입자를 구했을 때의 중개수수료 등 제반비용을 감안할 경우 차라리 어느 정도 낮춰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유주들은 세입자들이 이사가기 전 "전셋값을 깎아줄테니 계약을 갱신하자"고 먼저 요청하고 있다. 한 번 공실이 발생할 경우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질까 두려워서다. 자칫 세입자를 찾지 못해 전 세입자로부터 전세금 반환소송이라도 당하면 더 큰일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지만 세입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