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주식시장에 돌출한 북핵이라는 악재가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미국과의 대결 구도 심화로 연결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워 심리에 좌우되는 증시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다시 부각된 뒤 열린 11일 증시는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거래소시장은 약보합이었지만 코스닥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않고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과거 지정학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않는 한 시장에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 외국인 매수로 증시 안정 이날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1.96포인트 하락한 947.23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5.48포인트 뛴 486.88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5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올들어 코스닥에서 이처럼 강한 매수세를 취한 것은 지난달 7일의 304억원순매수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들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을 '양치기 소년'의 위협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핵 보유 발언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대한 신뢰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선물시장에서는 4천500여 계약을 순매도해 현물 시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는 8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거래소시장에서는 1천802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종합주가지수가 약간 조정을 받았지만 이는 북핵 문제 때문이라기보다 설 연휴 전인 지난 7일 급등과 설 연휴기간 중의 미국 증시흐름 등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매동향, 원/달러환율 흐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금리 등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만 설연휴기간 중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급등했을 뿐 다른 쪽에서는 별 영향이 감지되지않고 있다"고 밝혔다. ◆ 950선 안팎서 당분간 횡보 북핵 문제가 현 상태에서 더 이상 악화하지않을 경우 증시의 상승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종합주가지수가 5년만에 최고치를 올라서면서 매물벽을 돌파했기 때문에 다른악재가 불거지지 않는 한 중장기적으로 추가 상승에 큰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이미 익히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결구도가 심화하지만 않는다면 북핵 문제가 증시에 미치는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심리적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추세 자체를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우증권 김성주 애널리스트는 "북핵 문제가 전개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대형주 보다는 중.소형주, 거래소보다는 코스닥 쪽이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기때문에 당분간 950선 안팎에서 숨고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삼성증권 오 애널리스트는 "증시는 900선과 920-930선에서 물량 소화과정을 거치면서 5년래 최고치로 올라선만큼 다시 기간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1.4분기 기업실적, 외국인 매매동향을 보면서 940-950선에서 당분간 관망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