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받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취임 이후 부시 행정부내 매파들의 대 이란강경 자세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매파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라이스 장관이중동을 방문 중인 6일 잇따라 TV 프로그램에 출연, 종전과는 달리 이란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최근 취임사와 국정연설을 통해 이란을 '폭정' 국가, '세계제일의 테러 후원국'으로 지목함으로써 이란을 차기 군사공격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까지 제기됐을 때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온도 차이를 느끼게 하고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 이란이 중동지역의 '잠재적 불안요인'이며 "이란 정권은 핵무기 추구뿐 아니라 테러 지원국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은 유럽 맹방들이 이란에 핵프로그램 포기를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같은 외교적 노력이 좌절되면 다음 단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국 회의, 종국에는 국제적 제재를 위한 유엔 안보리 회부가 될 것이라면서 "많은 단계들이 검토될 수 있으며 현재로서는 어떠한 대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이란에 대해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끝내 '무력 사용' 이란 말을 자제했다. 체니 부통령은 앞서 지난달 20일 부시 대통령 취임 직전 라디오 토크쇼에서 "이란은 핵 프로그램 때문에 문제 지역중에도 제 1순위에 올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과거 이라크에 대해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으며 그 후 실제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이뤄졌었다. 체니 부통령은 또 우라늄 농축을 중단했다는 이란의 주장을 믿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CNN의 '레이트 에디션' 사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럼즈펠드 장관은 이란의 핵무기보유 가능성에 대해 한 걸음 더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란이 하는 말들로 미뤄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보유하지는 않은 것 같다" 면서 "정보기관의 판단에 따르면 이란의 핵보유에는 몇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보 판단이 정확한지는 모른다"고 유보하면서도 "대통령은 이란정책을 다루는데, 외교적 수단을 사용키로 했으며 현재 외교적 노력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을 추진한 대표적 매파로 알려진 두 사람의 잇단 대 이란 유화 발언은 유럽과 중동을 순방중인 라이스 국무장관의 대 이란 외교 해법론에 이어 나온 것이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4일 런던에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을 공격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지금 이 순간의 의제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사용가능한 여러 가지 외교적 수단을 갖고 있으며 이를 모두 사용할 생각"이라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었다. 이같은 대 이란 유화 자세는 경제적 지원을 통한 이란해법을 찾는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2기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전략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어서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북한 핵 해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